[마담, 인도에 가다 6] 

무상(無常)에 젖은 ‘마할의 궁전’ - 타지마할

 인도에 다녀온 증명사진은 타지마할 앞에서 한 장이면 족하다고들 흔히 말한다. 타지마할 안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 갈 수가 없게 되어있는데 내게 유일한 카메라인 휴대전화를 가지고 통과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가이드는 절대 안된다고 했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우선 몸수색을 하는 여성에게 이것은 전화기가 아니고 카메라라는 말을 하고 얼른 그녀의 얼굴을 찍어서 내미니 옆의 동료에게 보여주며 인도말로 무언가를 웃으며 주고받더니 ‘노우 프라블럼!

여러 가지 분위기의 타지마할←신비스러움과 애잔함이 묻어난다.
 각기 색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게 다가온다.

 아그라에 있는 ‘마할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타지마할은 그 명성에 조금치도 어긋남이 없었다. 황제 샤자한이 죽은 왕비 뭄타즈 마할을 위해 22년에 걸친 대역사 끝에 완성했다는 대리석 무덤에는 때마침 내린 비가 개인 뒤 청명해진 하늘 저편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순간, 노을에 젖은 타지마할은 명치끝이 찌릿한 전율을 일으켰다. 
  절경이었다.
 보통, 사진은 미추(美醜)가 강조되어 추한 것은 더 추하게 보이고 아름다운 것은 더 아름다워 보이기 십상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서 보았던 타지마할은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아름다웠다. 대리석 조각마다 아주 조금씩 다른 색을 띠고 있는데 그 약간씩 다른 색들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자연스러움이 대리석의 정교함을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무덤 안은 어두워서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다. 불을 자꾸 쪼이면 색깔이 변한다 해서 그렇다는데 대리석 관위에 설치된 샹들리에는 검은 천으로 싸여 있었다.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22년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묘를 만들 수 있었을까.
샤자한은 타지마할이 너무 아름다워 다시는 지구상에 그런 건물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그것을 만든 장인의 손가락을 잘랐다고 했던가. 그 절절한 사랑의 두 주인공이 나란히 채색된 대리석 관속에 누워 있으니 어떤 이는 그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지구상의 걸작을 만들고도 잘린 손가락으로 살다 후세에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어느 장인의 한 서린 숨결이 배어나올 것 같아 대리석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황후여! 이렇게 화려한 무덤에 누워 계시니 영화로우십니까?’

권세와 부귀영화, 천년을 갈 것 같은 사랑도, 욕망도 세월 앞에서는 다 부질없건만 한바탕 꿈같은 인생은 왜 이렇게 다사다난 한 걸까, 무덤을 나와 뒤로 돌아가니 탁 트인 시야에 풍광 좋은 자무나강(야무나강)이 흘러가고 있었다.

 역사는 참으로 오묘하여 아우랑제브는 타지마할이 멀리 건너다보이는 아그라 붉은 성에 아버지 샤자한을 8년 동안 유폐하여 말년의 샤자한은 멀리 아내의 묘를 바라보다 마침내 죽어 왕비 옆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자항기르를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샤자한과 그 업을 이어받은 아우랑제브, 권력이 참으로 무엇이

붉은 성에서 바라 본 타지마할, 이곳에서 8년 동안      아내의 묘를 바라보며 살다 숨진 샤자한, 한 마리     검은 새가 멀리 날고 있다.

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천륜을 거스르는 것도 불사하는지 무상하기만 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사람도 권력도 한때이나 유적은 남아 역사를 말해주니 기중기도 없고 크레인도 없던 시절, 왕의 사랑을 위해 백성들은 얼마나 고달팠을 것인가. 돌이켜 보면 경복궁을 중건한 대원군도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도 민심을 돌아보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여 많은 원성을 들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그러한 문화유산들로 후세의 사람들은 자긍심을 느끼며 또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으니 아무튼 우린 모두 먼저 간 조 상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소슬한 바람이 부는 타지마할의 정원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서둘러 묘를 빠져나오며 몇몇이 내일 아침 이슬람 사원 견학보다는 해 뜨는 타지마할을 보고 싶다고 제안을 해보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깃발아래 헤쳐모이는 여행의 단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점을 찍듯 문화유적을 따라 한없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므로 사람 사는 모습을 느끼기 위해 재래시장에 가서 사람들 사이에 휩쓸려 보기도 하고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 등이 허용되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아쉽지만 그렇게 아그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