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인도에 가다 11]  

Incredible 인디아!

놀랍다는 의미를 지닌 ‘Incredible’이라는 단어는 박지사장이 인도를 표현하는 단적인 단어다. 분명히 대부분 사람들이 여기에 동의 할 것이다. 인도는 친디아라고 해서 중국과 함께 잠재적인 성장 동력이 가장 큰 나라로 주목받고 있고 실제로도 급속하게 발전해 나가는 국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마 가장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연을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 파괴하고 정복하며 사는 사람들. 그러나 이 물질적인 풍요가 얼마나 갈 것인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만약에 인도와 중국이 미국처럼 일찌감치 근대화가 되어 물량주의적인 행보에 박차를 가했더라면 아마도 지구의 자원은 좀 더 빠르게 고갈 되었을 것이다. 인도는 힘찬 기지개를 하고 있다. 워낙 인구가 많아 그 성장 혜택이 고루 돌아갈 지 어떨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국민성과 종교, 사회제도에 많은 차이가 있어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은 분명하다. 과거와 현재, 전생과 내생을 한꺼번에 사는 듯한 사람들, 어마어마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보고 속에서 걸인으로 행상으로 한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즐비한 나라.
간디와 타고르의 나라,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세계 10위권의 뉴델리 대학이 있는 나라, 지참금이 적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주방에서 가스를 열어놓아 며느리를 살해 하려 했던 뉴스가 흘러나오는 나라, 거리를 메운 릭샤들이 신부들의 지참금이란 사실과 어려운 집에서는 지참금 걱정에 태어나는 여아가 종종 살해되고, 지참금을 노리고 여러 번의 결혼을 감행하는 후안무치들이 존재하는 이 나라. 제도와 산업은 앞질러 발전하는데 여성들은 아직도 암흑에 사는 후진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 인도사람들이 매우 활기 있었음을 느꼈다는 것은 골똘히 생각해 보니 좀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인도의 남자들과 아이들은 쾌활하고 낙천적이었는데 내가 만난, 거리에서 스친 여성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표정도 별 변화가 없었던 것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주라호인근에는 상당히 살기 좋은 마을이 많았음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걸인이 되어도 좋다하여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이들을 교육시켜 자기 삶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모든 게 정말 뒤죽박죽인 듯하다. 마치 꿈결같이 다녀온 인도. 이제 이글을 마치며 인도를 마음속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인도에서 돌아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삶의 요소요소에서 생각나는 인도는 종종 설명 할 수 없는 느낌으로 내 생각에 끼어들곤 한다. 인도는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지상의 가장 특별한 곳이었다. 인도의 어느 골목길에서 전생을 만났다던 류시화의 이야기처럼 나도 인도에서 내 전생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무엇으로 태어날까. 팔십을 바라보는 인도에서의 룸메이트 Y선생님은 남은 생을 활기차고 보람있게 살다 가면 그뿐, 다시 세상을 살라 한다면 어쩐지 지루해 자신이 없다고 했다. 내게 정말 다시 삶을 살라고 한다면 기쁘게 50년 전으로 돌아가겠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강한 삶의 애착과는 분명히 다른,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인생 앞에 놓인 삶의 질곡, 알 수 없는 그 많은 시행착오와 번민과 애욕을 되풀이 할 자신이 있는 걸까. 아직 그 대답을 하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문득 소호난이 보고 싶다. 몽골계의 작달막한 키에 유머감각이 뛰어났던 가이드 소호난에게 여행 초기에 물은 적이 있다. ‘당신은 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자꾸 말을 돌려 다른 말을 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가?, 한국 사람들은 예스나 노우가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그가 말하기를 자기도 그러는데 인도사람들은 안 그렇단다. 우리는 그 말에 그만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인도에 가면 ‘아이 돈 노우’ 나 ‘아엠 쏘리’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모르는 것을 물어 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말을 다 하며 묻는 이가 제풀에 지쳐 떨어지게 만드는 재주들이 있다. 물론 나도 나중에는 소호난이 모를 만한 것은 아예 묻지도 않았다. 소호난도 어린 거지들과 행상들도 함께 여행 한 사람들도 다 그립다. 지나간 것이 다 아름다운 것은 유한한 인생을 연습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이젠 신비와 고통, 열망과 무상이 교차했던 2007년의 인도여행을 나의 연대기에 넣으며 언젠가 싹틔울 새로운 소망의 씨앗 하나를 심는다.

‘우리 같이 인도 가실래요?’

(끝)

노스탤지어
 

황지우
 

나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 고향........................무한한 지평선에
게으르게, 가로눕고 싶다;
印度, 인디아!
無能이 죄가 되지 않고
삶을 한번쯤 되물릴 수 있는 그곳
온갖 야한 체위로 성애를 조각한 사원
초월을 기쁨으로 이끄는 계단 올라가면
영원한 바깥을 열어주는 문
이 있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