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nJ 농정전략연구센터 소장  고영곤

농촌 총각, 신부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갈 마지막 짐을 꾸려 호텔 로비로 가지고 내려와 체크아웃을 한 뒤 세미나 장소로 갔다. 호텔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는 이 나라의 농업개발정책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인 체코 농림부의 브리핑이었다. 체코 농림부의 농촌개발정책을 담당하는 책임자 얀 유네크(Jan Junnek)라는 분이 파워포인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책상위에는 동영상자료와 함께 영문으로 된 책자, 체코어로 된 책자 등을 별도로 준비 해 놓는, 서양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친절함을 보여 주었다.

  프라하에 온지 십 몇 년 되었다는 정치학을 전공하는 한국인 여성 유학생이 통역을 맡아주었다. 한 시간 이상의 정책소개를 들으면서 우리는 체코가 윤택한 국가임을 느낄 수 있었고, 만약 2차 대전 이후 공산화되지 않았더라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않은 선진국이 되어있을 것임에 틀림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지식전파, 인적자원 양성, 교육 및 훈련 분야가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농업부문에서 인적자원문제는 어딜 가나 공통적인 것인가. 몇 년 전,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강조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스라엘 민족이 2천년의 유랑생활을 마치고 나라를 세운 것은 우리 민족이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세운 1948년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건국당시 30%수준의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려 완전 자급을 달성하고 국내 농산물 생산량의 30%이상을 수출하는 농산물 수출국이 되었고 점적관수 등 농업기술 수출국이 되었다. 사막에서 일구어낸 이러한 기적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이다. 어려서부터 탈무드를 통해 정직과 근면과 과학적 사고를 배우고, 스스로 농민임에 자부심을 느끼는 협동정신이 강한 농민과 농업분야 연구 인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스라엘이나 한국이나 가진 것은 인적자원 뿐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 대한민국도 인적자원의 경쟁력만 높이면 농업부문의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가 없다. 대체로 그런 요지의 이야기였다.

  경지면적은 190만 ha로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연간 5백억 유로(농업종사자 1인당 연간 21만 유로)의 농산물을 수출하여 220억 유로의 농산물 무역흑자를 거두는 나라 네덜란드의 농업예산가운데 약 40%가 지식개발과 혁신 그리고 지식전파에 쓰인다고 했던가.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개발하고 전파하여 결국은 인재경쟁력을 높이려는 것 아닌가.

  우리 농업부문의 인재경쟁력은 어떠한가. ‘제발 공부 열심히 해서 농사짓지 말라’거나 ‘농사짓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라’는 지난날 우리 농촌의 가정교육이 ‘공부 열심히 해서 농업분야의 훌륭한 인물이 되라’는 멧세지로 바뀌어야 하리라. 몇 달 전, 한미 FTA가 타결된 후 앞날을 걱정하시던 숙부님과 고향 친구들의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

  아무튼, 두 세대 이상의 나치와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벗어나 시장경제체제로 본격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이 나라에서도 역시 새로운 체제에 맞는 의식과 행동양식의 인력양성이 중요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네크씨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러한 정부의 정책에 농민들은 만족하는지 불만은 없는지를 묻는 우리의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어떤 정책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이며 능력 있는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환영하고 동참한다. 그러나 과거 지향적이고 안일한 농민들은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또 오늘날 체코 여성들은 농민들에게 시집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농촌총각들이 결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유네크씨는 주저주저하는 기색을 보였고 바로 답변이 나오지 않자 유학생 통역이 답변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이곳에서도 여성들은 농촌을 기피합니다. 농촌 총각이 결혼 상대를 구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나올 정도니까요”

  국유화되어 있던 농지의 사유화 과정과 절차는 어떠했고 거기 따른 어려움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답변을 회피했다. 그건 농촌개발정책을 담당하는 자신으로서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아직도 과거 언론자유가 없었던 시절의 자세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 우리는 유네크씨의 친절과 정말 성의 있는 자료준비에 감사의 박수를 치고 기념품을 전달했다.

체코의 농촌개발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