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세이는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다른 곳에서 쉬 보기 어려운 꽃들을 보겠다고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Death Valley에 야생화를 보러 가시려면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 (늦어도 4월 말) 사이에 가야 합니다. 겨우내 비가 오고 이 때 잠시 꽃이 피면 5월부터는 다시 “death valley”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겨울에 비가 얼마나 왔느냐에 따라서 야생화 구경의 성패가 갈라지니까 이 점도 고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3월 이전에 강우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Death Valley 꽃이 아주 좋겠다는 것이 판명이 날 때쯤에는 계곡 내의 숙박시설은 거의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저도 당연히 계곡 안의 숙소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한 교통, 숙박 정보를 말씀 드리지요.

Death Valley는 보통 로스안젤레스에서 들어 가게 되는데 고속도로 15번(I 15)을 잠깐 거쳐 국도 395번(US 395)을 타고 북상하다가 Olancha를 만나 다시 국도 190번(CA 190)을 타고 동쪽으로 가면 Death Valley에 이르게 됩니다. (참고로 I는 주간 고속도로, US는 국도, CA는 캘리포니아 주도, Nev는 네바다 주도를 지칭합니다) 네비게이션도 보통 이 길을 권합니다. 그런데 Inyokern에서 US 395를 나와서 동쪽으로 Ridgecrest를 지나 CA 178을 따라 북상하여 CA 190을 만나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국도와 주도(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지방도)는 차선 수나 관리 상태, 제한 최고 속도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네비게이션은 좀 돌아가더라도 빨리 달릴 수 있는 상급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마는, 지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CA 178은 거의 직선이고 (미국 중서부에는 이런 길이 얼마든지 있지요.) 교통량도 없어서 제한 속도도 70마일인 구간도 있을 정도이니 차이가 없습니다. 주간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가 보통 65마일인 점을 감안하시면 비록 편도 일차선 도로이지만 이 길을 선택해도 아무런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요.

 Death Valley 안의 숙박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Ridgecrest가 근처에서 가장 큰 마을이고 숙박시설도 많으므로 여기서 숙박하면 굳이 US 395로 돌아갈 필요없이 CA 198을 따라가다가 CA 190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저는 3월까지 강의에 매달려 있다가 뒤늦게 알아보니 계곡 내의 숙박시설은 비싸기도 하려니와 이미 예약이 다 찬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꾀가 Ridgecrest와 라스베가스에서 자면서 두 곳을 오가는 길에 Death Valley를 들러 보는 방법이었습니다.

라스베가스는 다 아시겠지만 숙식비가 놀랄 만큼 싸지요. 와서 게임을 하라는 것인데 그건 안 하면 그뿐이지요. 저는 학창시절 야유회에서 흔히 하던 “빙고” 게임에서도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제 돈을 “운”에 맡기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서 라스베가가스와 Ridgecrest를 엮어서 숙박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Ridgecrest에서 두 밤을 각각 다른 곳에서 잤는데 Carrige Inn 이 괜찮았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760-440-7910)

라스베가스 쪽에서 접근할 경우 내비는 예의 그 상급도로 우선의 원칙에 따라 US 95, Nev 373(CA127), CA 190를 권할 것입니다. 그런데 Death Valley에서 동쪽으로 빠져 나오는 CA 190 이 CA 127을 만나는 지점에서 내비가 좌회전을 해서 북쪽으로 US 95로 가라고 할 때, 직진하는 작은 길로 가면 됩니다. 도중에 있는 Pharump라는 도시에는 숙박, 식사, 주유 등 모든 편의 시설이 있다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입간판도 써 있습니다. 

숙박문제 해결을 위해서 라스베가스에 있게 된 하루 동안 인근에 있는 Charleston Mountain과 Kyle Canyon, Red Rock Canyon 등을 돌아 다녔습니다. 라스베가스 서북 쪽에 있는 Nev 157, 158, 156 를 돌아 나오느라면 해발 2,500m 안팎의 눈 덮인 산속의 휴양지도 볼 만하지만 해발 2,500의 전망대와 156번 내리막 도로에서 내려다 보는 사막경치, 특히 joshua tree 가 드문드문 서 있는 황무지를 가로 지르는 경치가 볼 만합니다. Red Rock Canyon은 라스 베가스 서쪽 Nev 160을 따라 30분 거리에 있는 정말 거대한 붉은 바위들의 신기한 전시장으로 National Monument로 지정 되어 있는데 크기가 작아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일부러 갈 수는 없더라도 기왕에 라스 베가스까지 왔다면 빠뜨리면 아까울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National” 칭호는 아무데나 붙여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Red Rock Canyon을 가면서 지도를 보다가 Blue Diamond라는 지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에 현혹되어 좀 돌아 가더라도 이 곳을 지나가 보자고 한 것이 결국 Pharump 쪽 길을 택하게 된 동기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산을 하나 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도로가 직선이고 교통량도 적어 소요시간 면에서 불리할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Blue Diamond는 이 지역에 흔한 붕사 광산이 있는, 지금은 퇴락해 가는 볼품없는 마을에 불과한 곳이었습니다.

 Death Valley는 원래가 쾌적한 여행지는 아닙니다. 게다가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볼 수 있는 꽃과 차에서 내려서 두어 시간 걸을 각오를 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 다른 곳입니다. 그리고 4월 초라고 해도 거의 한여름 뙤약볕 수준의 더위를 각오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소득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최대의 압권은 Desert Fivespot 이었습니다. 이 하나로도 Death Valley까지 허이허이 찾아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 꽃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래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또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 꽃은 Death Valley 국립공원의 중심인 Frunace Creek 에 있는 공원센터 앞 마당에 많이 피어 있어서 별로 걷지 않고도 볼 수가 있습니다. 꽃의 전모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한 장을 더 실었습니다. 

다음이 Blue Phacelia인데 푸른 보라색이 애잔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다운 것은 절개지 위의 메마른 땅을 덮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은 Natural Bridge 계곡을 걸어 들어가는 왼쪽에 있습니다. 보라색 꽃에 수술이 고양이 수염처럼 뻗쳐나와 화려하게 보이는 Wildheliotrope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1센트 짜리 동전과 비교한 Mojave Desert Star의 크기를 보십시오.  이곳의 꽃들은 물 한 방울 없는 척박한 땅에 이렇게 피어 있습니다. 큰 꽃을 피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Golden Crownbeard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해발 -86m의 Badwater Basin으로 내려가는 길 왼쪽에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벌판을 가득 덮고 있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네요. 요즘에야 전문가들이 저보다 더 잘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가 있지만 사진으로 백 번 보아도 눈으로 한 번 보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steve’s Pincushion은 얼핏 보면 작은 공처럼 생겼습니다마는 자세히 보면 별처럼 생긴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것이고 pinchsion에 바늘처럼 꽂혀 있는 것은 암술들입니다. White Tackstem은 별로 실하지 않은 흰색 민들레처럼 생겼는데 꽃잎 끝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풀꽃이 아닌 꽃을 하나 소개하고 싶어서Creosote Bush를 골라 보았습니다. 노란 꽃 과 하얀 공처럼 생긴 열매가 동시에 달려 있어 더 아름답습니다.

 더 많은 꽃을 소개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 지고 있는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혹시 Death Valley에 가시는 분들이 땅이 그려 놓은 아름다운 경치만 보지 마시고 그 메마른 땅에서 피는 환상적인 꽃을 보실 수 있게 하는 데 일조가 되었다면 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