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석가모니의 전생이야기를 다룬 것을 자타카(Jataca)라고 하는데 중앙아시아에서는 핵심이야기만을 불화로 표현했고, 실크로드 융성기에 일부 거상들은 자신을 부처로 표현하기도 했다. 석굴의 앞부분 일부를 제외하고 벽면 전체가 불화로 장식되고 내부에 마련 된 회랑은 전체가 불화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온전한 것이 없고 남아있다 하더라도 눈은 다 빠지고 오물 등이 묻은 처참한 형상이 대부분이다.

벽화에 몸과 가방이 닿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라는 민박사의 당부와 주의는 여정 내내 계속되었는데, 평생을 중앙아시아 유물과 벽화 등을 연구한 학자의 유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중에는 석굴내부에 들어가게 되면 절로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뜯기고 헐린 상처와 진흙을 덧뿌려 가려진 그림, 진흙을 벗겨낸다고 물로 닦아 내려 손상 된 부분들 앞에서 그 어떤 과학이나 재력으로도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상흔에 비감이 들었다.

석굴입구에서 등을 돌리면 낭떠러지 아래 백양나무 숲이 불타는 화염산과 홍녹의 대비를 이루는 경관이 펼쳐진다. 다시 눈을 석굴 쪽으로 돌리면 절벽위의 석 굴이 곳곳이 주저앉아 복구해 놓은 모습이 보인다. 관광지가 되면서 오아시스가 난개발이 이루어져 기상이변이 일어나 비가 잦아진다고 하는데, 염분을 머금은 비 가 오면 토굴이라 쉽게 무너질 뿐만 아니라 벽화에 소금기가 돋아서 부식을 촉진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한다. 이것은 비단 이곳 뿐 아니라 사막에 산재해 있는 유적들이 지닌 공통적인 문제인데 흙벽에 나뭇가지 등을 얹어서 평평한 지붕으로 만든 가옥 등, 사막인들의 전반적인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호텔로 돌아오면 오아시스의 유적들이 길이 보전되기를 바라는 맘으로 물 한 방울도 더욱 아껴 쓰게 되었다. 베제클릭에서 반달리즘(Vandalism)의 야만성에 분노를 했건만 이곳의 벽화는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을 통해 유입 된 것이 일부 있다한다. 아주 다행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전인수의 이중성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귀국해서 찾아 본 다면 참 특별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 여기가 정말 사막일까? (투르판의 포도구)

 베제클리크를 떠난 버스는 투르판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예정된 것보다 시간이 늦어져 박물관 투어는 주마간산으로 하였는데, 백제 토기 전공인 은하가 주둥이가 주전자 모양으로 된 토기가 유난히 많은 것을 보고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렇 게 물을 담는 토기가 많다는 것은 이곳이 물이 귀한 곳이었다는 증거일 거야.”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초짜 고고학도의 나름대로의 설명이 그럴 듯 해 흐뭇한 맘이 들었다. 팔푼이 엄마다.  

다시 찾아 간 곳은 상가가 형성된 포도구였는데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들르는 관광코스다. 작은 바자르(재래시장)안에는 각색의 건포도와 건과일을 파는 상인들이 호객을 하고, 곳곳에서 양고기 굽는 냄새가 요란하다. 포도넝쿨을 올린 터널과 인공폭포에서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면 이곳이 사막이란 것을 까맣게 잊게된다. 나오는 길에 일행 중에서 한 분이 하나에 10위안씩을 주고 산 ‘난’은 정말 맛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만한 크기의 난은 다른 곳에서는 1, 2위안이면 살 수 있었다. 관광지의 바가지를 톡톡히 경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