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버스는 코를라로 출발하였다. 며칠 동안 사막기후에 휘둘려 지치고 무거워 축 쳐졌던 몸 상태가 회복되며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버스를 타며 이동할 때는 밖에 어떤 풍경이 지나칠지 몰라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천산 산맥은 천명의 화가가 다른 그림을 그려서 이어 놓은 듯 구간 구간마다 명품 산수화 같은 진풍경을 보여준다. 중국은 원래는 중국 본토 내에서도 4시간의 시차가 있으나 모두 한 가지 시간으로 통일하고 있어 중앙아시아에 속하는 신장에는 거의 오후 10시 반이나 되어야 해가 진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덕분에 달리는 버스에서는 대부분 밖의 풍광을 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오후 6시쯤 투르판을 떠난 버스는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중간 기착지인 코를라에 도착해 여장을 풀 수가 있었다.

  코를라에서 오전 10시쯤 출발한 버스는 쿠차를 향해 달렸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지루하다기 보다는 이제 즐길 줄 알게 된 것을 보니 사막형 인간이 다 된 모양이다. 하루 종일을 가도 여기가 거긴가 하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줄곧 지나고 있었다. 얼마나 사람이 견딜 수 없는 땅이면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을 가진 ‘타클라마칸’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끝없이 이어지며 첫날부터 줄곧 같이 가던 천산산맥은 여전히 앞서가고 있었다. 앞장서가나 싶으면 뒤따라오고, 말없는 동행에 친근감조차 든다.

 사유하고 반응해야 할 대상조차 잊은 채 길고 먼 꿈속에 잠긴 천산산맥을 따라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지르는 아스콘포장길은 옛날 현장법사를 비롯한 수많은 선각자들이 미지의 땅을 향해 개척해 나가던 실크로드 바로 그 루트라고 한다. 나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일이었다. 마음이 아스라하게 젖어들었다. 마치 이 길을 가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듯 그렇게 버스는 달리고 또 달렸다.

 가끔씩 자갈토 봉분에 간단한 격식을 갖춘 공동묘지들이 보이기도 했고, 곳곳에서 유정의 불기둥을 볼 수가 있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에는 중국 석유의 30%가 매장되어 있다니 그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속내를 알고 보면 문제가 많은 모양이다. 독립을 요구해 온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사회에서는 중국정부가 그 지역의 유정개발을 하는 데 대해, 신장지구의 자원 유출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정치적인 시각이 얽혀 있는 모양이다.

 * photo by ph.D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