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구자국 최대의 불교 사원터였던 스바시 고성은 인도로 구법여행을 가던 현장법사가 약 2개월간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커다란 강을 사이에 두고 조성되었던 사원 터는 지금은 거의 다 망가져 휑뎅그렁한 모습만 남아있다. 성터라고 할 것도 없이 영락한 넓은 성터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이 9만평, 강폭이 꽤 넓은 쿠차강 건너 편 성터가 12만 평이나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광활한 성터였는지 짐작해 볼 수가 있다. 그동안 구름은 끼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막기후 때문에 고생을 하였는데, 제법 선선한 저녁 무렵의 성터는 바람도 시원하고 탁 트인 전망 때문에 며칠간의 피로가 바람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종교에 열광하는 것일까, 신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이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를 위해 고달픈 민초들의 노역이 얼마나 바쳐졌을까. 종교가 아니었다면 이 많은 문화 유적들은 어떻게 생겨나고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예술과 문학의 소재들은 어디서 얻었을까. 가끔씩 해 보는 생뚱맞은 생각들을 이곳에서도 해 보았다. 이곳은 넓은 평지에 점토를 운반해 건축물을 축조한 것으로 종교를 위해 이 정도의 노동력을 투자했다는 것은 당시 종교가 사회적으로 갖는 위상이 어떠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일정의 특색은 깃발아래 헤쳐 모이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컷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 찍고 나서 자연스레 다 모이면 출발하므로 시간은 좀 지체되지만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성을 내려오는데 까까머리 사내 녀석 둘이 흙무덤 뒤에서 큰 볼일을 보는지 엉덩이를 다 드러내고 앉았다가 우리를 보더니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영락없이 우리 어릴 적 모습이었다.

- 쿠차대사에서 이슬람교를 생각해 보다

 벌써 7월 29일 아침, 여전히 날 이 흐리고 선선한데 쿠차에 있는 이슬람 사원인 쿠차대사를 찾았다. 들어가는 길은 비좁은데 사원은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제대로 된 건물인 셈 이다. 사원의 첨탑 위에는 초승달 모양의 구조물이 달려있는데 가이드선생의 설명에 의하면, 인간은 초승달처럼 부족한 존재이므로 신의 도움을 받아 보름달처럼 가득 찰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날씨는 비를 뿌릴 것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시원했고 사원 뜰 앞의 해바라기와 과꽃 등이 낯익은 풍경이라 친근감이 들었다. 이슬람 사원에는 우상숭배 금지로 동물이나 인간의 형태를 묘사한 장식은 없어 문자나 식물의 넝쿨 등의 연속문양으로 장식을 하며 장례시 신분차별이 없어 누구든지 시신을 천에 말아서 굴에 넣는다고 한다.

 이처럼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이다. 이유도 모른 채 경원시 해 온 덕분에, 우리가 고등학교까지 배운 것이라곤 창시자 마호메트에 대한 약간의 지식, 돔형 건축양식이나 코란과 알라, 호전적인 종교와 부르카 쓴 여인 등 단편적인 것으로 시험에서는 나오지도 않아 거의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이다. 기독교 문화 중심의 편파적인 역사관이 초래한 절름발이 역사교육의 폐해가 아닐까.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는 개관적으로라도 훑어 볼 필요성이 있다. 방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이슬람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이 세계사를 이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원을 돌아 나와 길가에 있는 난을 만드는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구수한 냄새는 물론 금방 구워져 나온 난은 바삭바삭하며 쫀득쫀득한 것이 정말 맛이 일품이었다. 쟁반만한 난은 어찌나 큰지 여럿이 먹는데도 늘 남아 있던 생각이 난다. 어떻게 그렇게 큰 난을 화덕에 붙여서 구울까. 입맛이 하도 시원찮아 외국에 나가면 의례히 조리 된 음식을 못 먹는데 가는 곳마다 이것을 먹는 재미만은 쏠쏠했으나 손맛에 따라 맛은 차이가 많이 났다.

번화한 곳으로 나오면 상점들이 많은데 대부분 상점들에는 다 간판이 그림으로 되어 있는데,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문맹률이 높은 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거리에서 만난 위구르 사람들은 대부분 사진 찍히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사진을 찍은 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왜 이들에게는 이토록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생김이 비슷해서일까, 이웃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일까, 서양의 어딘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동질감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