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던 날씨가 천산신 비대협곡을 가는 길엔 기어이 비가 내리 기 시작했다. 년 강우량이 60mm 이하라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내리는 빗줄기는 제법 굵직했다. 비가 내리니 지나치는 천산의 산맥들이 선명한 색으로 살아나는 것이 느 껴졌다. 정말 사막 여행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날씨라고 했다.

  가파른 구절양장을 지나다 차가 선 곳 은 염수계곡으로, 맞은편 홍산의 절벽에 형성된 지층이 포탈라궁의 형상을 닮은 모 양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포탈라궁은 티 벳의 전통양식으로 지은 궁으로 달라이라 마의 궁전이라고 한다. 일행은 사진을 찍 고 모두 모여 체조를 하기도 했다. 사막 여행 중에 곳곳에 차가 정차하면 모두 스 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어야 할 정도로 멀고 긴 여정이었다.

  천산대협곡에 내렸을 때도 비가 그치지 않아 모두 우산을 쓰고 올라가야했다. 자연스레 갈라진 거대한 천산의 벽면은 섬세한 바위의 주름이 모여 정교한 조각처럼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그 형상들이 합쳐져 기묘한 코러스를 만들어내는 웅장한 장관이었다. 지층의 유라시아 기판과 인도 기판이 충돌해 텐산(천산)과 타클라마칸이 뒤틀리면서 형성되었다는 협곡은 비가 내려 먼지가 씻겨 내린 탓인지 붉은 빛이 선연했다. 각색의 우산을 든 사람들이 점점이 느리게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무리 행렬이 길게 이어져도 계곡을 채울 수는 없겠지….

  확실히 대자연은 만물의 주인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가슴에 다가왔다. 오래 전 유럽여행 때 스위스의 호수에서 배를 탄 적이 있었다. 만년설이 녹으며 흘러내려 이루어진 비췻빛 호수위로 잔잔히 떠가는 여객선 위에 우아한 노인들이 여럿이 앉아 있었다. 몇 백 년은 좋이 되었을 건축물을 허리에 끌어안은 초하의 아름다운 산들이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그 단아하고 세련 된 노인들의 눈빛은 조용하고 쓸쓸했다. 정말 이 지구상의 주인은 찰나를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이 아니라 저들 자연과 건축물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생각은 가없이 뻗어 가는데 시야는 거대한 붉은 산에 막혀 되돌아 와 바로 길 가의 나무에서 멈추어 섰다. 우리 마당에 있는 작은 나무와 똑같은 나무였다. 작년 봄에 붉은 나무토막 하나를 받아서 꽂아두었는데, 거 기서 바늘 같은 초록 잎이 돋더니 올 여 름에는 연분홍 꽃이 자잘하게 핀 아주 이 국적인 꽃이었다. 이름은 타마리스크(홍 류: 붉은 버들)로 거기서부터 길가를 눈 여겨보니 고비사막어디든 타마리스크는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늘 나무 이름이 궁 금했는데 결국 실크로드에서 그 답을 얻 게 되었다. 그런데 나무가 크게 자란 것은 없어서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