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다리 앞에서 제지를 당했다. 천산 대협곡에서부터 내렸던 비 탓이라는데 다리 아래로는 누런 황톳물이 다리를 삼킬듯 흘러가고 다리 옆 제방이 유실되어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만 아연실색을 하였으나 금방 그 사태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내리는 비를 흡수할 식물이 없는 사막에서는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밖 에 없다는 것이었다.

  일행이 모두 버스에서 내려 물구경 나온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통행이 재개 된 것은 한 시간도 더 지난 뒤였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생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이번에는 다리 건너편이 유실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하여 통행이 전면 금지가 되었다. 사막에서 이런 일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행운(?)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러나 사막에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라니 이내 맘이 무거워 지는 일이었다. 수십 년 동안 사막의 유물을 연구해 온 민박사도 이렇게 궂은 날씨는 처음 만나는 일이라고 하였다. 청명하게 해가 뜬 날을 만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버스가 지체한 덕분에 양치기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내린 비 탓에 더럽기 짝이 없는 양 예닐곱 마리를 몰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온 여인은 낫으로 버드나무 이파리를 쳐서 떨어뜨려주면 양들이 그것을 먹고 있었다. 양에게 버드나무가 양식이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친절한 위구르 여인은 이방의 여인에게 모델도 되어주고 싱긋 웃어주기도 했다. 모든 일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이렇듯 좋은 광경을 만날 수 있다니 말이다.

  기다림이 한없이 늘어질 태세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앞으로도 다섯 시간 정도가 더 남아있는데다 시간은 이미 오후 8시가 되고 있었다. 다시 차를 돌려 식당을 잡고 앉아 천천히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사막에서 만난 이 뜻밖의 재난에 대해 모두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린 다음 11시가 넘어서 목적지인 카슈가르를 향해 떠날 수가 있었다. 이제껏 운전기사 둘이 번갈아 가며 70km안팎으로 서행운전을 하던 버스는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앞좌석에 앉아 아슬아슬한 운전을 목격하는 것은 내려오던 눈꺼풀을 단번에 끌어 올리는 명약이었다. 그 기사들은 천당에 갈 것이 분명했다. (일행인 원기준 목사한테 낮에 들은 이야기다. 총알택시운전사와 목사가 죽어서 심판을 받으러 갔다. 직업을 들으신 하느님께서 목사는 지옥으로, 기사는 천당으로 가라고 판결을 내리자 목사가 거세게 항의를 하였다. 얼마나 하느님을 섬기며 평생을 착하게 살았는데 그럴 수는 없다는 게 항의의 요지였다. 그러자 하느님 왈“너는 설교를 하면서 멀쩡한 사람도 졸게 만들었으니 마땅히 그렇게….” 정말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그렇게 달렸어도 우리가 악수의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