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이정환 이사장이 남북물류포럼이 주관하는 중조접경지역 학술탐사단의 단둥 세미나에서 행한 인사말입니다. 아울러 단둥지역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의 중국과 북한의 모습 사진을 첨부합니다.

  지난해 본 ‘최후의 병기 활’ 이란 영화는 청나라 병사들이 결혼식장에 난입하여 신랑과 신부를 납치하여 끌고 가고, 이를 신부의 오빠가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국가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백성들의 삶이 짓이겨져 버리는 것을 보며 전율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1600년대 동북아 지역에 대한 명나라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청나라 세력이 팽창하던 시기에, 당시 반정으로 정권을 장악한 인조가 이 세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결국 병자호란을 자초함으로서 백성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졌는가를 감동적으로 그린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이보다 100년 전에는 일본의 막부 세력이 팽창하면서 이 지역에서 명나라와 세력을 다투게 되고, 그에 대비하지 못한 조선은 임진왜란이란 처절한 불행을 당해야 했습니다. 한편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800년대 중반 이 지역을 지배하던 중국이 쇠퇴하고 일본, 러시아, 영국, 미국이 진출하여 세력을 다투는 가운데, 당시 조선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이 관계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데 실패하여 1900년대 초 일본에 강점당하는 치욕을 자초하였던 것은 잘 아는 사실입니다. 또 생각해 보면 6.25는 이 지역을 지배하던 일본이 패망한 후 미국과 소련이 세력을 팽창하던 시기에 적절한 대비를 하지 못해 일어난 사상 최대의 불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이 지역에 세력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항상 큰 불행을 격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지역에서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세력이 급격히 팽창하는 가운데 일본, 러시아, 미국이 치명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때로 서로 대립하고 때로 협력하는 복잡한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현명하게 대응하고 이 관계를 잘 활용하여 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경제적 협력관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불행을 막고 21세기에 국민의 삶을 지키는 국가전략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북아협력은 경제적으로도 피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통 통신 인터넷 등 첨단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경제 문화적 교류는 근접지역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경제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유럽, 북미 대륙은 물론이지만 우리나라도 중국과의 교역이 전체의 25%가 넘어 10%정도인 미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습니다. 일본은 중국을 어느 나라보다 경계하고 있지만 무역의 중국 의존도가 지난 10년 사이 두 배나 늘어나 미국보다 높아 졌고,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시장의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시장의 논리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이 지역 국가 모두의 경제적 발전이 큰 영향을 받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누구나가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말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모든 나라가 성장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이때 동북아시아 지역의 협력은 우리나라와 이 지역 국가 모두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이 가능하려면 남북문제의 해결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남북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한·중관계. 북·중 관계에 대한 통찰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북·중, 북·러시아, 중·러시아 사이의 협력사업은 물론 국제기구 사업에 우리가 적극 참여하면 지역협력을 촉진함으로서 지역경제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뿐만 아니라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우회로를 개척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중접경지역를 탐사하고 이 지역의 실상과 북·중관계를 관찰하는 것은 남북문제는 물론 동북아시아지역 문제를 통찰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면서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눈을 부룹뜨고 귀를 쫑긋하여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관찰하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