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프롤로그 -드디어 백야다!!    

  1986년 겨울, 만삭의 몸으로 남편과 함께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보았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주연의 영화 ‘백야’이후 줄곧 백야여행을 꿈꿔왔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흑인댄서그레고리 하인즈의 탭댄스, 그들의 우정과 소련에서의 극적인 탈출을 다룬 이 영화는 오랫동안 백야여행을 꿈꾸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그 당시 이 시골에서 나는 책을 읽는다거나 라디오를 듣는 것 이외의 문화 활동은 꿈도 꿔 보지 못했다. 보고 싶은 책은 친구가 구해서 소포로 보내주고, 산골에서는 음악방송의 라디오 주파수 잡기도 하늘의 별따기 일 때였다. 임신한 몸으로 고만고만한 두 딸을 건사하기도 힘들 때였는데, 어떻게 해서 도시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영화는 1983년에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가서 보았던 영화로도 기억된다. 영화 삽입곡인 라이오넬리치의 ‘say you, say me’도 오랫동안 꽤나 전파를 탔던 곡이다.

 어둠을 거부하는 주홍빛 노을에 스며든 푸르른 미명이 끌어안은 대자연은 얼마나 장엄할 것인지, 가끔씩 그 먼 곳에 있다는 백야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곤 했다.

  북유럽여행이 가능한 시기는 보통 5월에서 8월까지의 4개월 정도로 본다. 그 기간이 백야를 볼 수 있는 동시에 낮의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시기이다. 9월이 되면 해가 급격히 짧아진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8월 중순에도 이미 하루가 다르게 해가 짧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12년 한국의 여름은 죽을 정도로 힘겨웠다. 그 혹독한 더위에 남겨 둔 덩치 큰 가축과 그를 돌보아야 하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을 뒤로 하고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는 북유럽으로 떠난 여행! 만년설과 빙하, 피요르드와 크루즈, 인어공주를 만나러 가는 여행! 어마어마한 자연유산을 가졌지만 일 년의 반을 겨울로 살아야 하는 추운나라에 살면서도, 지구상 최고의 복지수준과 경제수준을 지닌 북구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대로 이번 여행은 또 다른 설렘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