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우가영 팀장이 동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비엔나에 푹 빠지다

  추운 날씨덕에 우리는 버스 안에서 비엔나 시티투어를 했다. 시청사, 오페라 하우스 등등 가이드가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고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지만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에 그때 그때 감탄만 할뿐 오늘 하루의 빡빡한 일정 탓에 벌써 지쳐서 그런가... 솔직히 별로 남는건 없었다.

 버스를 타고 한동안 돌던 우리는 성 슈테판 대성당 근처에서 하차했다. 비엔나 중심부에 있는 슈테판 대성당은 비엔나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명동성당 같은 곳인 듯 했다. 외부에는 전쟁으로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고, 보수중인 듯 그물 같은 걸로 가려져 있었지만 137m나 된다는 하늘을 찌를듯한 뾰족뾰족한 첨탑과 화려한 모자이크 지붕, 화려함과 정교함이 조화를 이루며 어마어마한 규모에 카메라에 한번에 담기도 힘들었다. 성슈테판 대성당은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로 보헤미안 왕과 합스부르크 왕에 의해 지어졌으며, 1945년 독일군에 의해 많이 파괴되었으나 전쟁이 끝난 후 복구를 시작하여 대부분 옛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이곳은 모차르트의 성대한 결혼식과 초라한 장례식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니 남는게 사진이라더니 여러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서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철문으로 막아있어 더 이상은 들어가지 못했지만 철문 앞 성당안의 분위기만으로도 숙연해지고 엄숙함이 느껴졌다. 성당 지하에는 흑사병으로 죽은 200여명의 유골과 합스부르크가 황제들의 유해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성당 옆으로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케른트너 거리가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의외로 한산했지만 깔끔한 거리와 이쁜 건물로 즐비한 상가들을 보며 구석구석 거리를 누비고 싶은 맘은 마음뿐...몸이 원하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올라타 그린칭 마을으로 향했다. 그린칭 마을은 오스트리아에서 주거지역으로 가장 비싼 부촌이며, 베토벤이 사랑한 마을이며, 베토벤이 산책을 하면서 악상을 떠올렸던 곳이라고 한다. 여기서 오스트리의 오래된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 한 식당에서 오스트리아의 전통식인 호이리게를 저녁으로 먹게 되었다. 식당안에 들어가니 이곳도 대부분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으로 북적북적했다. 호이리게는 그해에 생산한 와인과 갖가지 음식을 함께 먹는것이라 하는데 빵과 소시지, 고기, 감자, 치즈, 샐러드 등이 나왔다. 좀 많이 짜긴 했지만 먹을만은 한거 같은데 입맛 까다로운 친구는 감자만 좀 먹더니 거의 먹지 않는다. (여행 3일째 난 피둥피둥 살쪄가고 있는거 같은데 진정한 한국 입맛인 친구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늙은 연주자가 테이블로 와서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연주를 해주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왔었는지 아리랑과 가요를 연주해주는데 외국나와서 연주하는 우리음악을 들으니 짠하긴 했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가이드가 꼭 팁을 줘야 한다는 강조에 5유로 정도의 팁을 주었다.

 저녁을 먹은 후 일정은 끝났으나 선택관광에 있는 음악회를 선택한 10여명은 음악회로 나머지 일행분들은 그냥 숙소로 갔다. 선택관광을 신청한 사람이 얼마 안되면 가고 싶어도 못간다고 한다. 우리는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 왔으니 음악회를 꼭 봐야한다는 친구의 고집에 80유로의 거금을 내고 한국에서도 잘 가지 않았던 음악회에 갔다. 자켓은 입고 들어갈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어 공연 입장 전에 입구에 맡기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넓지 않은 공연장이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연주를 생생하게 볼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프로그램은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모차르트와 요한 슈트라우스 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 휴식 시간에는 샴페인과 음료가 제공되었다. 모르는 음악이 연주되어 좀 지루하다싶으면 중간중간 남녀 아리아와 발레 공연이 있어 좁은 무대에서 발레를 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안쓰럽긴했지만 지루할 틈 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별볼일없는 음악회가 아닐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약 2달동안 짧은 바이올린을 배워 음악에 조금 관심이 있던 나와 친구에겐 여행에 있어 비엔나의 음악회는 기억에 남을만한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