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우가영 팀장이 동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거대한 지하 세계로 들어가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숙소는 고층이긴 했지만 오래된 호텔이었다. 내부구조도 그렇고, 엘리베이터도 옛날 영화에서나 본 듯한 구형이라 사람이 직접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한꺼번에 들어온 여러 여행사 단체 한국관광객으로 인해 엘리베이터 앞은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는데 다들 피로감에 빨리 방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맘이어서 아니면 한국 사람의 특징인 빨리빨리 성격 때문인지 결국은 한국 관광객끼리 큰소리가 났다. 우리가 먼저 왔는데 왜 새치기 하냐며 애꿎은 여행사 가이드를 혼내시고 한쪽에선 나라망신이라고 한국 사람끼리 싸우냐고 한소리 하신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지만 가이드 말대로 헝가리 호텔은 여행 중 가장 안좋았던 호텔로 기억남았다.

 여행 5일째 오전 7시 30분 폴란드를 향해 출발했다. 동유럽의 알프스라는 타트라를 경유하여 가게 되는데 폴란드 까지는 7-8시간정도 걸린다고 한다. 추석 때 서울에서 대전가는데 길이 막혀 6시간 걸린 이후로 가장 긴 버스 여행이 아닌가 싶다. 가는 중에 슬로바키아에 있는 한 호텔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슬로바키아는 방문국가 6개국 중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잠시 지나가는 나라도 포함이 되는건가 보다. 호텔 앞에서 본 슬로바키아의 느낌은 화려한 다른 동유럽 국가들을 보고 난 후 여서 그런지 더 초라하고 허전해 보였다.(호텔 앞 풍경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우리 남자 일행 중 가장 젊은 사람은 슬로바키아 여자들이 가장 예뻤다 고 했다.

 또 한참을 버스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가이드가 영화를 틀어줬다. 폴란드에 가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갈 예정이니 참고할 겸 보라고 한다. 대략 내용말 알뿐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못한 영화였는데 3시간이 넘는 긴 영화가 끝나니 폴란드 비엘리츠카에 있는 소금광산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카메라를 들고 가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한다며 스티커 한 장씩을 주면서 이 스티커를 붙인 카메라만 허용이 된다고 했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 광산 안으로 들어가 좁은계단을 빙빙 돌아내려갔다. 얼마나 내려갔는지 끝도 없이 내려가다보니 어지럽기까지 했다. 소금 광산은 13세기에 발견된 이후 폴란드왕국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되어 온 암염광산이며, 수백년간의 채굴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광산내부가 관광자원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총 375m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광 가능한 곳은 135m 까지이다. 광산 천장이나 벽, 바닥 곳곳에는 소금이 눈에 띄었다. 이런 소금들이 자연적으로 생긴다니 ...어두운 곳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눈꽃 같다고도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진 않았다.

 중간 중간 옛날 광부들이 일했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광산 내부에서는 말을 주로 이용해서 일을 했는데 어른 말을 데리고 올 수가 없어 망아지를 광산 안에서 키웠다고 한다. 햇빛 한번 못보고 광산 안에서 일만 했을 말들이나 광부들이나 다들 안쓰럽게 느껴진다. 광산 노동자들은 고통과 시름을 잊기 위해 채굴 뒤의 빈 공간을 이용해 멋진 교회를 만들고 다양한 조각품들을 남겼다고 한다. 너무나 긴 광산에 조금은 지루함과 답답함을 느낄때 쯤 멋진 공간이 나타났다. ‘킹가 교회’라는 예배당이다. 헝가리에서 폴란드로 시집오면서 소금광산을 지참금으로 가져왔다 하여 마을의 수호신처럼 숭배되는 킹가 공주를 위한 공간이라고 하는데 소금으로 만든 멋진 벽화와 샹들리에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이곳에서 콘서트나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길을 잃어버리면 다시는 지상으로 못 올라올 것 같은 지하세계에서 가이드를 따라 우리는 공사현장에 있는 듯한 덜커덩 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후다닥 지상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