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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
제목
문틈으로 본 조선 이야기(1), 남도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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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틈으로 본 조선 이야기(1)

 

남도의 여인들

 

   

 

하상(夏祥) 이두순/ 저술가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후기의 문인 김려(金鑢, 1766~1822)는 1791년에 생원이 되어 촉망받는 인재였지만, 1797년에 강이천(姜彝天)의 비어사건(飛語事件, 유언비어)에 연좌되어 함경도 부령으로 유배되었다. 1801년에 강이천사건이 재조사되었지만 천주교도와 교분을 맺은 혐의로 진해로 이배되었고 1806년에야 10년간의 유배생활에서 풀려났다.  

 김려는 오늘날의 진해인 우산(牛山)에서 어민들과 어울려 생활하면서 1803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어보인 『우해이어보』를 지었다. 우해는 오늘날의 진해와 마산지역의 앞바다를 가리킨다. 『우해이어보』에는 1백종이 넘는 특이한 물고기를 기록하고 있고, 한 종의 물고기에 대한 기록이 끝난 후에는 우산잡곡(牛山雜曲)이란 명칭으로 그 어촌지역의 풍물을 읊은 7언 시를 붙이고 있다.  

 

  우산잡곡에는 당시를 사는 남도의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 시가 여러 수 나온다. 그중 여성의 모습을 그린 특색 있는 시 몇 수를 살펴본다.

 

 

 <우산잡곡, 뱅어>

 

어촌 처녀 가는 허리 동여매고,

밝은 창가에 앉아 수놓는 모습 아리땁구나.

어머니가 재촉하는 소리에 말리던 모시를 거두고는,

뱅어 떼 밀려드는 울타리 가에 반대그물을 새로 치네.

<飛玉> 漁村處女束纖腰, 端坐明窓刺線嬌. 催喚阿嬷收曬紵, 篠籬新打玉魚潮.

   

 남도 어촌의 처녀는 집에서 수를 놓고 있다. 아마도 신부수업을 하며 지내나보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집안일을 챙기라는 재촉에 햇볕에 말리는 모시 천을 비가오기 전에 걷어 들이기도 하고, 또 울바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반대를 새로 놓기도 한다. 반대는 물고기를 다량으로 잡는 어로법은 아니지만, 밀물 때 거두면 저녁 한때 찬거리는 나왔을 것이다. 이런 처녀도 사랑에 눈뜨게 된다.

 

 

 <우산잡곡, 호사>

 

밤은 고요하고 시내에 잠긴 달빛 희미한데,

문어 그림자 이끼 긴 물가를 어룽댄다.

촌색시 정을 준 스님이 오시나 잘못 알고,

바쁘게 침상에서 내려와 사립문 여네.

<鰝𩺛>

夜靜谿沉月色微, 鰝蹄弄影閙苔磯. 村丫錯認情僧到, 忙下空床啓竹扉.

  

   어보에 진해바다에는 다리가 24개인 문어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가 있다고 하였다. 어부들은, “이 물고기는 달이 밝을 때는 반드시 물에서 나와 물가에서 노니는데, 완연히 스님 모습이라고 한다.” 그런 물고기가 관연 실제로 있을까? 우산잡곡의 시는 사랑하는 낭군을 기다리는 춘정이 가득한 어촌 처녀의 초조한 마음을 호사란 것에 비유하여 읊고 있다. 하지만, 정랑이 하필이면 스님이어야 할까. 시인이 문어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듣고 민머리 사내와 연결해서 그리 표현한 것일 게다.

 처녀가 결혼을 하게 되고, 낭군과의 사랑은 깊어져간다. 이런 젊은 처자의 마음을 읊은 시도 우산잡곡에 있다.

 

 

 <우산잡곡, 윤량어>

 

복사꽃 다 지고 개나리꽃 피기 시작하니,

어부들 배를 꾸미고는 여름 고기잡이 떠나네.

어린 처자 낭군 옷자락 잡아끌며 부탁하기를,

이번 고기잡이엔 윤량어일랑 잡지마세요.

<閏良魚>

桃花凈盡棟花初, 海賈裝船發夏漁. 𥠧女牽衣勒囑付, 今行莫打尹娘魚.

  

  우산지역에 절개를 지키며 죽어 물고기가 된 여인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예전에 윤 씨라는 여인은 남편이 죽자 수절을 했고, 부모가 그녀를 개가시키려하자 수은을 태운 연기를 눈에 쐬어 자신의 눈을 멀게 하였다. 그런데도 부모가 개가시키려하자 바다에 빠져 죽어 윤량어란 물고기가 되었다고 한다. 윤량어는 눈이 없는 것 같이 보여 맹어(盲魚)라 불렸다고 한다. 진해 사람들이 윤낭자의 애틋한 사연을 만들어냈지만, 맹어는 시각기관이 퇴화한 물고기를 통틀어 이른 말이고, 오늘날 어떤 물고기인지 비정하기 어렵다.  

 남도의 새 각시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떠나는 남편에게 윤량어는 잡지 말라고 당부한다. 윤 씨녀가 가엾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의 애틋한 마음에 낭군에 전하는 말이다. 그녀도 윤 씨 여인처럼 당신만을 바라고 살겠노라는 마음은 에둘러 전하는 것이다.

 

 

 <우산잡곡, 원앙어>

 

포구의 젊은 아낙네 옅게 화장하고,

흰 모시적삼에 옥색 모시치마를 입었네.

남몰래 비녀 들고 고깃배로 달려가서는,

앞서서 비녀 팔아 원앙어를 사는구나.

   <夗央>

    魚 魚 

浦家少婦淡紅粧, 白苧單衫縹苧裳. 密地携釵漁艇去, 先頭擲賣海鴛鴦.

  

  수줍어하던 새댁이 젊은 아낙네가 되면서 자기의 사랑을 지키려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된다. 진해바다에 있는 원앙어(鴛鴦魚), 일명 해원앙(海鴛鴦)이란 물고기는 반드시 암수가 같이 다니는데, 수컷이 가면 암컷은 수컷의 꼬리를 물고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낚시꾼은 반드시 한 쌍을 낚을 수 있다고 한다. 진해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잡으면 눈알을 깨끗하게 말려서는 남자는 암컷의 눈알을 차고, 여자는 수컷의 눈알을 차면 부부가 서로 사랑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포구의 젊은 아낙네는 사랑에 적극적이다. 곱게 단장을 하고 어선으로 달려가서는 비녀를 원앙어와 바꾼다. 물론 한 쌍의 원앙어 눈을 낭군과 서로 나누어 갖고 서로의 사랑을 더욱 굳게 하려는 마음이다. 죽어서도 헤어지지 않겠다는 농염한 애정이 보인다.  

 남도 여인은 사랑에 적극적인 면도 있고, 나름 멋도 알고 있다. 그런 모습이 조개를 읊은 우산잡곡에 나타난다.

 

 

 <우산잡곡, 조개>

 

섬마을 각시들 남자처럼 튼실해서,

가슴은 널찍하고 허리는 굵은데다 대처 유행에는 어둡지.

조개부전을 찼지만 주먹처럼 큼직하고,

묶은 끈도 거친데다 쪽풀로 물들였네.

<蛤>

島村閣氏健如男, 膀濶腰豐竗理暗. 蛤蚧附鈿拳㨾大, 棉絛綰得染田藍.

● 膀: 『說文』, “脅也. 或从骨作髈.”이라 했다. 脅은 옆구리, 가슴의 측면이란 뜻이 있다. 竗: 妙의 古字이며 땅의 이름이다.

  

  섬마을 각시의 모습이다. 건실한 체격에 다부진 모습이지만 나름대로 멋을 알아 조개로 만든 노리개인 부전(附鈿), 즉 조개부전을 차고 있다. ‘조개부전’은 모시조개의 껍데기 두 짝을 서로 맞추어서 온갖 빛깔의 헝겊으로 알록달록하게 바르고 끈을 달아 허리띠 같은 곳에 차는 여자아이들의 노리개이다. 속담에 ‘부전조개 이 맞듯’이란 말이 있다. 부전조개의 두 짝이 빈틈없이 들어맞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꼭 들어맞거나 의가 좋은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섬 각시들도 대처 유행을 알아서 부전조개를 차고 있지만, 부전이 좀은 투박스럽다. 그러기에 시인은 섬 각시들이 유행에 어둡다고 본 것이다. 시인은 그 모습을, “여자 아이들은 오색 비단을 조개껍데기에 붙여 비단실로 한 줄에 3개 내지 5개를 꿰어서 것을 걸고 다닌다. 이름을 ‘조개부전(雕介附鈿)’이라고 한다. 지금 바닷가 여자들도 색깔 있는 비단을 조개에 붙여 차고 다닌다. 그러나 조개가 크고 비단이 거칠어서 찡그려야 할지 웃어야 한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그럼 어떠랴. 섬 각시들도 나름대로 멋을 즐기며, 좀은 투박스럽기는 하지만 그것도 사랑스럽지 않은가.  

 남도의 여인들은 부지런할 뿐 아니라 생활력도 강하다. 우산잡곡의 정어리를 읊은 시에서 남도 여인의 적극적인 생활력을 보여준다.

 

 

 <우산잡곡, 정어리>

 

양도(羊島)의 아낙은 튼실하기 호랑이 못지않은데,

머리에 인 질그릇에 정어리가 그득하네.

무명치마 벌건 다리로 바쁘게 일마치고는,

해저물기 전에 반성(瀊城)으로 떠나려는 게지.

<魚烝魚蘖>

羊島健娥虎不如, 頭兠瓦𤮭盛魚烝魚. 綿裙赤脚渾忙了, 應向瀊城趁晩虛.

  

   양도는 현재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鎭東面) 고현리(古縣里)에 딸린 섬으로 형태가 양을 닮았다고 한다. 그곳의 아낙이 한창 일에 바쁘다.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머리에 이고 날라서 어디론가 팔러가는 모양이다. 해가 져서 어둡기 전에 길을 떠나려는 그녀의 몸놀림은 바쁘기만 하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아닌가. 가는 곳인 반성은 오늘날의 진주 반성면 혹은 이반성면을 말하는 것 같다.

 배를 젓고 다니며 우해를 누비는 그곳 여인의 모습은 더 있다.

 

 

 <우산잡곡, 매가리>

 

고성 어촌의 아낙네들 배 젓는 것 익숙해서,

키로 뱃머리 돌리고는 제비처럼 날래게 간다.

매가리로 담근 젓갈 서른 항아리이니,

내가 2천전 금은 불러봐야지.

<䱅𩹄>

 固城漁婦慣撑船, 棙柁開頭燕子翩. 梅渴酸葅三十甔, 親當呼價二千錢.

  

   고성의 여인들은 직접 배를 몰아 장사를 다니기도 한다. 시의 매갈(䱅𩹄)은 전갱이 특히, 어린 전갱이 새끼를 이르는 말이다. 아낙네는 배에 전갱이 젓갈을 서른 항아리나 싣고 팔러온 모양이다. 서른 항아리니까 얼마는 받아야지 하고 속셈을 한다. 여인은 배를 몰고 다니는 적극성 뿐 아니라, 물건을 팔고 사는 경제력도 갖춘 것이다. 이 또한 남도 여인의 건강한 모습의 하나인 것이다.

 

 해삼고동(海葠古蕫)은 우해지방에서 나오는 소라의 한 종류라고 한다. 이 해삼고둥을 읊은 시에도 남도 여인의 모습은 있다.

 

 

 <우산잡곡, 해삼고둥>

 

청송 소금밭 안쪽은 근래 어떠한지,

마상이 장삿배 저녁 물결 속에 모였네.

반백의 어촌 노파들 어깨엔 검은 반점,

여럿이 어울려서 해삼고둥 씻고 있네.

<海葠古蕫>

靑松䴚裏近如何, 亇尙估船簇晩波. 半白漁婆肩黶子, 幷頭澡瀞海葠螺.

  

  포구에는 장삿배들이 몰려있다는데, 어촌의 노파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남도의 여인들은 배를 직접 몰고 다니고, 상거래도 직접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젊었을 때의 일이고, 이제 나이가 든 할머니들이 여럿이 모여 소라를 씻고 있다. 아마도 상선에 내다팔 모양이다. 거친 바다에서의 오랜 노동, 그리고 햇볕에 탄 나이든 그녀들의 팔에는 검버섯이 끼어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힘든 일은 못하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기 위해 나이든 여인들도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우해이어보』에는 39수의 우산잡곡이 실려 있는데, 그 중 13수에 여인이 등장한다. 남도 여인들은 지역 경제활동과 풍물의 형성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인 김려는 처녀, 새댁, 아줌마, 할머니를 거치는 남도 여인의 성장 과정을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우산잡곡을 통해 당시 어촌 여인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해서 오늘에 전해주고 있다.

 『우해이어보』에 묘사된 남도의 여인들은 사랑에도 과감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남자 못지않게 생활전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오늘을 사는 남도의 여인들에게도 이러한 모습은 전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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