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1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의 글입니다.

[사시사철-이선철] 다빈치를 키운 농촌

 
GS&J 연구위원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숙명여대 대학원 교수)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많은 수험생들이 큰 산을 하나 넘은 듯할 것이다. 아무리 청소년들에게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요하고 배려와 소통을 중시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해도 우리네 교육 현실을 감안하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것처럼 당장은 입시와 진학이 더 시급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의 바람직한 인재상은 필연적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통합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문화적 교양’ ‘소통 능력’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과 ‘남을 배려하는 소양’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과 미디어가 발달하고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라고 해도 결국 인간 본성의 요소를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유럽문화의 중심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는 새삼 그들의 조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위대함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천재 예술가를 키워내는 영재교육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가 탁월한 예술가였지만 동시에 토목공학자이자 해부학자·철학자이기도 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능통하고 통합적인 업적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가 르네상스적 인간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이 조화롭게 계발되고 예술과 과학에 대한 균형 있는 식견, 그리고 자연으로부터의 영감에 기술을 접목시키는 이른바 융복합 인재의 완결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성취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빈치의 고향이 어딘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이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빈치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라는 뜻이다. 그가 자란 빈치는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라는 지역에 속해 있다. 우리에게 빈치라는 동네는 생소해도 토스카나라는 지명이 비교적 익숙한 것은 그곳에서 만든 와인이나 농산물을 우리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자연 풍광이 수려하고 각종 농산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우리의 전형적인 농촌이다.

　다빈치는 이곳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들로 산으로 마을의 자연을 접하면서 상상력과 영감을 키워나갔다 한다. 마을에 있는 농기구나 각종 사물을 보며 과학과 기술의 이치를 이해해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과 함께 다양한 예술을 접하면서 응용과 접목을 시도해 현대사회가 그토록 부르짖는 창의적 융복합 인재로 성장해 나간 것이다. 다빈치가 후에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된 데는 어린시절 소박한 농촌에서의 성장이 밑바탕이 됐다.

　따라서 우리의 농촌도 더 이상 교육이나 문화 또는 과학과 기술의 낙후지역이 아니라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풍부한 교육적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 특유의 생태적 환경에 음악·연극·미술·무용·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을 접목시키면 미래지향적 인재로 키우는 교육의 현장으로서 도시보다 더 훌륭한 가치가 있다.

　창조경제·창조경영·창의교육 등 유달리 창조와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농촌에서도 이른바 6차산업이니 스마트영농이니 하며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 사회적 노력들이 꽃을 피우려면 창의적인 인력 양성이 중요한데 농촌은 이에 부응하는 훌륭한 환경과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농촌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창의 인재의 산실이며 농촌의 환경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