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송양훈 충북대 교수의 글입니다.

전륜(全輪)구동형 경제성장

GS&J 연구위원 송양훈 (충북대 교수)

 처음 나왔을 때 자동차는 기계적으로 단순한 후륜(後輪)구동형이었다. 즉 앞바퀴 2개는 방향을 정하고 뒷바퀴 2개는 열심히 동력만 전달하는 시스템이었다. 후륜구동형은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승차감이 좋으며 급가속·급발진도 용이하다. 따라서 사장님들을 위한 대부분의 고급형 세단이나 스포츠카들은 아직도 후륜구동형이다.

　이러던 시스템이 최근 대부분의 승용차와 같은 전륜(前輪)구동형으로 바뀌었다. 앞바퀴가 방향도 정하고 동력도 전달하는 것이다. 전륜구동형은 연료 면에서 더 효율적이며 눈길·언덕길을 주행하는 데 후륜구동형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앞바퀴가 모든 일을 해야 하므로 기계적 제어과정이 더 복잡하며 탑승자들이 ‘끌려가는’ 느낌이어서 승차감이 후륜구동형보다 떨어진다.

　이에 비해 4륜(4WD) 또는 전륜(全輪)구동형(AWD)은 앞바퀴가 방향을 정하거나 모든 바퀴가 방향을 정하지만 동력도 모든 바퀴에서 전달된다. 전륜(全輪)구동형은 모든 바퀴가 동시에 밀어주고 당겨주기 때문에 견인하는 힘이 매우 좋아 비포장도로나 계속되는 언덕길에서도 엔진이 과열돼 퍼지지 않고 잘 달릴 수 있으며 눈·비는 물론 진흙탕·모래밭에 바퀴 몇개가 빠져도 수월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단점은 고속으로 달리기에는 한계가 있고, 제작·운영·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자동차와 유사한 발전과정을 거쳤다. 1960~1980년대 후륜구동형 경제성장 모형에서는 급속한 발전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기업들이나 산업들이 밀어주는 형태였다. 1990~2000년대 전륜(前輪)구동형 경제성장 모형에서는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경제발전 방향까지 주도하면서 전자·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문제는 최근 세계경제 상황의 악화 또는 급격한 변화로 후륜·전륜(前輪)구동형 모두 그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모든 주체 또는 산업들이 소외됨 없이 전력을 다하는 4륜 또는 전륜(全輪)구동형 경제성장 모형, 혹은 포용적 경제성장(Inclusive Growth) 모형이 도입돼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아직도 전륜(前輪)구동형 또는 제조업·대기업 주도형 경제발전을 옹호하는 분위기여서 체념하고 있었는데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민들도 필자와 같은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선거 결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123석, 제2야당 국민의당 38석, 제3야당 정의당 6석, 여당 새누리당 122석, 무소속이 11석을 차지했다. 이제 국민의당 협조 없이는 더불어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원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향후 어느 당이 주도적으로 입법부를 이끌든지에 관계없이 우리나라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으로 전륜(全輪)구동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전륜(前輪)구동형 국회가 적어도 3륜구동형으로 바뀐 것이며, 행정부까지 더하면 4륜구동형이 된다. 더 높은 조정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어려운 세계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국민들은 더 이상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을 원하지 않고 정치든 경제든 발전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적으로 봐도 이제는 소수 대기업 위주의 제조·서비스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 필자가 지속적으로 피력했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처럼 농업은 나라의 근간산업이며 농업인은 그 중심에 있다. 더 이상 과거 경제성장에 농업이 희생했으니 이제 먹여 살리라고 요구하지만 말자.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위해 방향을 잡고 같이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