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5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의 글입니다.

[사시사철-이선철] 축제의 주인공은 주민

 
GS&J 연구위원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숙명여대 대학원 교수)

  긴 연휴가 끝나 아쉽지만 오월은 여전히 신록을 자랑한다. 그리고 또 오월은 축제의 계절이어서 다양한 주제의 지역 축제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전국은 각자 지역의 독특한 소재를 가진 축제를 양산해왔다. 이 축제들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하는 대형 관광형 축제에서 불과 몇백, 몇천만원의 예산으로 조촐하게 치러지는 농촌의 마을축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러한 축제는 지역의 홍보와 교류, 그리고 축제 자체로의 발전과 함께 지역 경제나 주민 소득의 기여 등 다양한 역할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제의 중복이나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 지자체의 치적 쌓기 또는 지나친 경제 유발효과의 강조로 진정한 축제라기보다는 어설픈 싸구려 판촉행사나 이벤트로 전락하는 경우도 흔히 접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뜻있는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축제 구조조정이나 정비, 질적 향상, 그리고 축제의 본질을 되찾는 방향의 재정립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농촌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을 단위의 작은 축제들이 농촌의 문화와 경제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는 비슷비슷한 소재와 진부한 체험 프로그램, 주민들의 무관심과 극성스러운 특산물 판촉행사로 오히려 호의를 가지고 방문한 고객을 실망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축제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며, 축제를 둘러싼 기득권이 자칫 지역에서는 비뚤어진 권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축제에 대한 이해 부족, 지역 이기심과 탐욕, 참여 의식의 결여, 고객들에 대한 무지 등에서 기인한다.

　농촌의 마을축제는 함께 만드는 것이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따로 있어 일방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행사라기보다는 손님과 주민이 어우러져 함께 만드는 잔치인 것이다. 농촌의 마을축제는 거창한 시설이나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농촌 특유의 생태적 장소성과 그 마을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문화적 체험, 건강하고 맛있는 농산물과 음식 등이 매개가 되어 주민들과 방문객이 한 식구처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역시 축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이자 주인공은 마을 주민이다. 주민이 만들고 주민이 운영하며 주민이 즐거운 축제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축제 방문객은 이들의 잔치에 즐겁게 참여하여 잠시 주민이 되어보는 관계적 체험이 축제의 본질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마을축제의 취지와 방향을 재설정하여 과거 특산물 판촉이나 관광객 유치를 성과의 척도로 보는 관점에서, 주민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즐기는 가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가까운 곳의 사람들이 즐거워야 멀리서 사람들이 온다’는 공자의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의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것이 농촌의 마을축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