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2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글입니다.

박근혜 정부 농정 중간평가, 지금이라도 필요하다

 GS&J 연구위원 김태연(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도 농정은 주요 이슈로 전혀 이목을 끌지 못했다. 농정과 관련된 긴급한 현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만큼 우리 사회에서 그 비중이 많이 낮아진 것을 실감한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안성농협 창조농업지원센터 개소식에 보낸 영상 축하메시지에서 “우리 농업을 미래성장산업,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이런 기조에 대한 찬반을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던 수출농업 육성의 필요성, 가능성,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라도 박근혜 정부의 농정에 대한 중간평가가 필요하다. 다음 정부가 농정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초기 농정추진방향 ‘수출’은 없어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농정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이 5개월에 걸친 각계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서 만들어 졌다. 농업·농촌분야 연구자인 이동필 장관의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농정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을 추구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이런 박근혜 정부의 농정이 나름대로 기존 농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방향전환을 추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즉, 우리 농업·농촌이 직면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차별적인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비전문가 개입하면서 기조 변화

그런데, 이 ‘발전계획’에서 농정패러다임의 변화와 농정 추진방향을 밝히는 부분(제3편의 1,2,3절)을 살펴보면 ‘수출’이라는 단어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는 이것이 농정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농정 담당자들의 원초적인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수출농업이 이명박 정부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적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을 학술적으로 설명하는 용어가 ‘이론적재성’이다). 이 발전계획에서 세부적인 정책과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수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정책과제는 전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1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방안’이라는 문헌을 발표하고, 12월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과학기술기반 농업분야 혁신방안’을 발표한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농식품 수출확대 및 성장동력 확충방안이 보고된다. 그런데, 당시의 자문위원 26명 중에 농업분야 전문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이것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농업분야의 혁신방안과 농정방향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농업을 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농업발전을 위해서 과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인지 좀 애매한 지점이다.

농업분야 전문가 의견 수렴해야

농식품 수출 정책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발전을 위해 수출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인식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방향과 이를 통한 수출농업 육성 방안이 농민과 농촌주민의 이해를 떠나서, 농업·농촌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비농업분야 전문가의 손에 결정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우리 농업과 농촌의 상황을 고려하여 잘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짐을 농업·농촌분야 관계자들이 서로 나누어 지면 훨씬 가벼워 질 것이다. 그래서 좀 늦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농정에 대한 중간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농촌 문제에 대한 현재의 해법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밝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우리 농업과 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