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연구위원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

 개발시대에 물의 수요는 양적 측면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식정보화시대로 발전하면서 물 수요는 다양화하고, 수질·수량·생태 간 정책의 상호의존성도 증가한다. 물관리를 분산하면 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조정하는 과정이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정책결정의 지연으로 비효율성이 증대하며, 국민에 대한 서비스가 저하된다. 2003년 UN이 “현대의 물 문제는 잘못된 물관리 체계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물관리에 대한 이러한 인위적인 분리와 단절은 효율적 물관리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물관리 체계는 국민의 수요와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 개선은 정책이념은 개발 중심에서 관리 중심, 정책결정 과정은 폐쇄적에서 개방적으로, 관리영역은 행정구역에서 유역단위로, 정책결정은 공학 중심에서 공학·환경·생태·정치·경제전문가 등의 협의로, 무게 중심은 인간 중심 용수공급에서 인간과 환경·생태 공유로, 관리형태는 용도·기능별 분리관리에서 통합관리로, 관리체계는 기술적 관리 중심에서 기술·경제·사회적 협치로 전환돼야 한다. 이와 같은 물관리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경관리 주무부서가 물관리를 전담해야 하며, 대부분의 선진국이 따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량과 수질의 분리관리가 효율적이며, 수질을 위한 수량 연계는 비합리적이고, 수량이 수질보다 중요하며, 환경부서의 수량개발의 한계, 견제와 균형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수량과 수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물관리를 기능별로 분리하면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분리관리의 설득력은 없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수량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오염을 희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어진 수질과 수량을 국가 차원에서 최적 조건에서 합리적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 물관리에서 양적인 공급이 더 중요하냐 질적인 관리가 더 필요하냐의 논쟁은 사실 어려운 판단의 문제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물은 양과 질이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 수량개발도 대규모 환경파괴 방법이 아닌 분산수원 개발, 지역 수자원 복원 등 다양한 환경친화적 방안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물관리에 있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적절하지 않다. 견제와 균형은 입법·사법·행정의 3권 중 어느 하나에 권력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물관리에서 수량과 수질은 통합과 협력의 관계이지 견제와 균형의 관계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물관리가 기능별 또는 용도별로 분산된 것은 잘못된 제도적 산물일 따름이며, 견제와 균형의 성과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이제 개발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럼 개발의 시대와 관리의 시대를 구분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수량 확보 측면에서 물 수요·정치적·사회적 여건이 수량 확보를 위한 대규모 댐 건설 등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그 시점을 전후로 하여 물관리는 개발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전환하게 된다. 그 시기는 바로 4대강 사업이 끝난 시점이었다고 본다. 수질·수량 따로의 물관리 정책은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아무리 분리관리 옹호론자라고 하여도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물관리가 통합관리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세계의 물관리 정책 흐름은 거의 예외 없이 ‘수량 우선’으로 시작해 ‘동등 관리’를 거쳐 ‘수질환경 우선’이라는 변천과정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량관리 우선의 물관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수량관리 중심으로 복귀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그 사례가 없다. 일원화의 갈등이 아무리 곤혹스럽더라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정책 실패의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하여 환경관리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 선진적 물관리 정책의 역사적 흐름이며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구현하는 기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