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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1.29
제목
농업은 공익적 가치를 생산하는가? / 양승룡 
첨부파일
 

2018. 1. 29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농업은 공익적 가치를 생산하는가?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수정될 헌법에 담길 내용이 2018년도 정국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조정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주요 이슈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30년 만에 이뤄질 이번 개헌에 국민의 기본권·행복권을 강화하는 선진국형 헌법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농업계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농업의 중요성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무엇이고, 과연 실재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먹거리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산업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긍정적 또는 부정적 부산물이 생성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결합생산물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긍정적 부산물을 외부경제효과라 부르고, 사회에 보상하지 않는 부정적 부산물을 외부불경제효과라 일컫는다. 홍수조절·경관보전·지역균형발전·식량안보 등은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외부경제효과이며, 수질오염이나 악취 등은 외부불경제효과에 해당한다.

 

국가간 무역흐름을 더욱 투명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는 농업의 이러한 다면적 성격을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으로 인정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내 농업에 대한 보조를 정당화하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농업수출국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량안보를 다원적 기능에 포함시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다.

 

그렇지만 양질의 충분한 식량 확보는 국가 존립의 기반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먹을 것이 없어 아사자가 속출하는 북한이나, 아이들에게 ‘진흙쿠키’를 먹일 수밖에 없는 아이티 같은 나라에서 인간의 도리나 자존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에게는 정부나 심지어 국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06년부터 시작해 식량가격이 사상최고로 폭등했던 6년 동안 적지 않은 정부가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지구촌은 그간 수출국들이 꾸준히 부정해왔던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자유무역이 식량안보의 효율적 방안이라는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국내 생산기반은 식량안보의 가장 강력한 대안이며 식량위기인 시기에 더욱 높은 식량안보 가치를 생산한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더욱 중요시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지역의 균형발전과 도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제공, 전통문화 유지 등이다. 농업은 경기침체기에 일자리와 생계의 기반을 제공하는 국가경제의 완충지대가 된다. 또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도시민을 위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러한 다원적 기능은 농촌이 건강하고 활기찬 농가들로 구성될 때에만 가능하다. 다원적 기능은 별도로 생산하기 어려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며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농업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것은 농업이 생산하는, 그러나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다원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농업정책과 농업보조는 선심성 시혜가 아니라 농업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갈등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국가존립의 기반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농업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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