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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10.16
제목
시장의 논리와 정부의 기능 / 이정환 
첨부파일
 

2020. 10. 16  내일신문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시장의 논리와 정부의 기능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최근 김치 담글 생각을 하기 어려울 만큼 무 배추값이 폭등하였다. 긴 장마와 태풍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마늘 양파값이 모두 20% 이상 폭락하여 밭을 갈아엎고 야단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수확량이 모두 20% 이상 증가하였기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채소가격의 폭락 폭등은 수십년간 언론의 단골 메뉴였고, 농정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한해는 소비자들한테, 그리고 한해는 농가한테 채고 수급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한다고 구박을 받는다. 주눅 든 정부는 무 배추를 사서 창고에 저장하기도 하고, 잘 자란 채소밭을 갈아엎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저장해 두었던 무 배추를 시장에 내놓았으나 품질이 망가져 김치를 담글 수 없게 되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수급전망을 제대로 못해 잘 가꾼 마늘 양파밭을 세금을 들여서 갈아엎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채소는 날씨에 따라 수확량이 수십 퍼센트 변동한다. 날씨 변동에 강한 품종과 재배법으로 이를 극복해야 하지만 유럽 선진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풍흉에 따라 수확량이 변동하는 것은 농업의 숙명이고, 그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시장의 논리이다. 이를 정부의 힘으로 해결하라고 다그치면 부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배추를 창고에 쌓아두고, 멀쩡한 양파밭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 수급을 조정하라고 윽박지르지만 말고 날씨에 따른 채소가격 변동성은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가격위험, 완충장치 마련이 정부의 기능

 

정작 중요한 것은 가격 폭락 위험 앞에서 농가가 작목을 바꾸거나 재배면적을 확 줄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농가가 매년 작목을 바꾸고 면적을 줄이거나 늘릴수록 가격은 더 춤을 추게 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이다.

 

가격이 평년가격보다 대폭 하락하면 그 차액의 일부를 보전하는 위험완충장치가 있다고 가정하자. 농가는 작목을 바꿀까? 면적을 줄일까? 고민하는데 매달리기보다 가장 잘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재배하게 될 것이다. 가격 폭락의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이웃과 더불어 마케팅 능력을 키우는데 전심전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채소가격을 안정시키는 정부의 기능이다.

 

시장의 논리에 대응하며 적절한 정부의 역할을 발휘하여야 하는 것은 코로나 방역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주부터 방역 수위를 1단계로 낮추었다. 위험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있고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사실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3천 명을 넘고 독감으로 매년 2천여 명이나 사망한단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해 겨울 추운 거리를 활보하고 자동차를 타고 일터로 나간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교통사고와 독감의 위험 정도는 감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독감에 걸려도 죽음에 이를 확률은 낮고 자동차를 타지만 내가 치명적 사고를 당할 확률은 역시 매우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직면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패닉 수준의 반응을 한다. 내가 코로나의 피해자가 될 것 같고, 이를 피하는 방법은 방역뿐이다. 그런 믿음이 지배하기에 정부가 노래방을 폐쇄하고 모든 모임에 거리두기를 강제해도 별로 반발하지 않는다.

 

방역조치로 이득을 보는 사람과 타격을 받는 사람이 달라

 

문제는 이러한 정부 조치로 혜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감염 위험이 줄어드는 이득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고 배달업체는 도리어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을 닫아야 하는 노래방과 손님이 턱없이 줄어든 식당의 주인, 그리고 그곳의 종업원은 삶을 위협받는다. 이것이 시장의 논리이지만 공정하지는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이 경제학의 ‘보상의 원리’이다. 새로운 조치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사람을 보상해 주어서 합의를 이루어야 비로소 그 조치가 공정해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시 방역단계를 2단계로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때도 노래방과 식당에 지금까지와 같은 손해를 강요하면 드디어 그 불공정함에 크게 저항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누구를 어떻게 피해자로 특정할 것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어떤 재원으로 보상할 것인지 미리 논의하고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여 공정을 이루는 것이 정부의 기능이다.

  

[출처: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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