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물류포럼이사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

 6월 30일 미‧북 간 대결의 최전선인 판문점에서 ‘철전지 원쑤’ 관계인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역사상 최초로 서로 악수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 및 세계사적으로도 기록될 역사적 사건이다. 판문점은 미국으로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소다. 북한 및 중국과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무승부’를 인정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를 잊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결단을 했으며, 이로써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역사가 탄생한 것이다.

금년 내 한반도 비핵화의 획기적 진전이 있어야

이번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쑈’로 끝나지 않고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향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녹녹치 않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양국 간의 근본적인 입장차이가 아직은 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금번 만남에서 양국이 7월 중순경에 실무접촉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때처럼 ‘한반도 비핵화 범위’를 놓고 실무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북미 관계는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단계별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북한이 제시한 시한인 금년 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획기적인 진전은 물 건너 갈 것이다.

트럼프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펼쳐야 하는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북한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지만 만일 미국이 ‘기존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임을 경고했다. 북한은 6월 4일 발표한 외무성담화를 통해 ‘미국의 셈법 전환’을 재차 촉구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북한은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의 개인논평을 통해 “미국이 《최대의 압박》을 고집하다가는 재앙적 결과와 맞다들리게 된다는 것을 통절히 깨달을 때에라야 비로소 길이 나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로 인한 ‘재앙적 사태’가 발생해야만 ‘새 길’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북한 비핵화 요구를 철회시키고 대북 적대시 정책 및 대북 제재를 포기시키기 위해 금년 말까지 북한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그 전망은 쉽지 않다. 미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선 핵폐기’가 아닌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내놓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세계 최강 미국이 북한에 굴복할 가능성은 낮다. ‘시간은 미국편’이라는 인식하에 대북 제재를 지속하면 북한이 항복을 하든지, 북한 내에서 ‘민중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유일한 수단인 군사력을 통해 대미 압박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만일 대미 압박을 가한다면, 그것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5월 4일과 9일에는 비록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지만 앞으로는 더 긴 사거리의 미사일이 발사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스몰 딜’을 받아들여 대북 적대시 정책 및 경제제재를 일부라도 해제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향적 반응이 연말까지 없을 경우 2020년 초부터 북한은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인식하에 ‘옥쇄전술’을 구사할 지도 모른다. 북한도 여느 국가들처럼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안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 실무회담에서 ‘단계적 해법’ 받아들여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7월 중순 경에 시작될 실무회담에서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 2005년 9월 9.19 공동성명 때처럼 ‘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이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노벨평화상 수상, 중국견제 등을 얻기 위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검은 백조’ 즉, ‘북한의 단계별 해법 수용’이라는 파격적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북한도 ‘영변+α’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미국 및 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이 ‘6.30 판문점 상봉’처럼 케케묵은 관습이 아닌 ‘전략적 선택’을 한다면 ‘재앙적 결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출처: KOLOFO 칼럼 ]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