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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1.06
제목
농업이 공익산업이라고? / 이정환  (2)
첨부파일
 

내일실문에 실린 이정환 GSnJ 이사장의 글입니다.

 

   

 

농업이 공익산업이라고?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최근 농업·농정을 논하는 자리에 가면 어김없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회자된다. 얼마 전 ‘농정비전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익형직불제를 농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요컨대 농업은 공익산업이고 농정은 공익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맞는 생각일까?

 

 지난 연말에 홍콩에 사는 딸이 집에 왔다가 돌아가며 “홍콩에서 한우고기와 우리나라 딸기, 배를 먹을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푸념을 했다. 전에 싱가포르에 살 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무역이 자유화되어 있고 아주 잘사는 도시국가여서 세계 각국의 싸고 좋은 농산물이 차고 넘칠 것 같은데 먹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푸념하는 것이 의외였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감당가능한 가격에 식품 공급하는 것이 목표

 

우리 몸은 우리가 오랜 세월 먹은 것이 축적된 결과이고, 그 오랜 축적의 시간에 특유의 입맛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입맛은 매우 강고하고 우리는 그것에 집착한다. 그 입맛 때문에 시장에 나가면 세계 각국의 농산물이 넘쳐나지만 그것들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욕구가 있고, 그런 욕구를 내 주머니 형편으로 능히 채울 수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농업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농업은 우리에게 필수적이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환경가치를 어느 나라보다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 헌법은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식품을 공급하는 것’을 농업과 농정의 첫번째 역할이자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공동농업정책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수입품으로 충족될 수 없는 소비자의 욕구를 보통 소비자가 감당할 만한 가격에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리나라 농업이 담당해야 하는 첫번째 역할이다.

 

농업이 그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농가는 영농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정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무엇보다 먼저 고민해야 한다.

 

가령 아주 잘 사는 사람이 아니면 아주 특별한 날에만 겨우 한우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아쉬워하고, 농가는 실질 농업소득이 해마다 줄어들어 영농을 계속할지 말지를 망설이고 있다면 농업 농정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입품으로 해결 안되는 국민 욕구충족 고민해야

 

환경·생태가치를 말하지만 농업은 나무를 베어 경지를 만들고, 잡초라는 이름으로 다른 식물을 뽑아내고, 해충이라는 이름으로 곤충을 제거하고, 양분보급이라는 이름으로 비료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태양에너지를 농축하여 인간에게 전달함으로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유일무이하고 필요불가결한 산업이므로 그런 환경·생태교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런 교란을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가 과제이고, 그런 방식을 채택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이른바 공익형직불제이다. 농업이 지하수를 함양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기능은 초목이 우거진 자연 상태의 숲에 미치지 못하므로 농업과 농정의 존재이유를 설명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요컨대 농정은, 공익적 기능을 말하기에 앞서 수입품으로 충족될 수 없는 국민의 욕구를 우리나라 농업이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후에 그런 역할을 하되 생태·환경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익형직불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말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출처: 내일신문]  

leejh  [date : 2020-01-12]
찬찬히 읽고 질문을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1. 농업이 농산물 생산과 더불어 공익적 가치가 있는 다원적 기능(non-commodity)을 수행하고, 그런의미에서 공익적 가치도 중요한 산업이지만 그것이 강조된 나머지 공익적 기능이 본령임을 뜻하는 공익산업이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2. 농업은 태양에너지를 농축하여(농산물) 인간에게 전달하고, 인간은 이를 통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며, 농업의 이 기능은 다른 산업(수렵 이외에는)이 대체불가능하고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불가결한 산업입니다. 그러나 농산물은 배타적이고 경쟁적인 과정을 통해 분배되고 소비되는 상품(commodity)이며, 농업과 농정은 공익적인 다원적 기능에 앞서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합니다.
3. 농업은 자연의 흐름에 개입하여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본성이므로 자연의 교란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노력이 부족하여 삶의 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므로 자연교란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공익적인 다원적 가치를 생산하는 문제보다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농산물도 사람 사이에 그리고 국경을 넘어서 거래될 수 있는 상품이 되었으므로 반드시 내가 생산할 필요도 국내에서 생산할 필요도 거의 없어졌지만 거래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이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커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진 각국은 그런 필요를 충당할 수 있을만큼의 자국 농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도시농업이 번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가 필요한 에너지를 펄요한 때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식량안보이지만 교역이 자유롭고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가 에너지 충전 수준을 넘어선 지금은 수입품으로 충족될 수 없는 욕구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식량안보라고 생각합니다.
4. 소비자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자체는 가능한 일이지만 보통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을 가격을 지불하고 오늘 그리고 내일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고 농정의 과제겠죠.
5. 그런 상황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이 이루어져 농업생산자의 경영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이 어느정도 관리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개별 농가가 시장개방과 자연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그 관리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그것이 저는 가격변동직불과 잘 갖추어진 보험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질문에 다시 감사드리며 충분히 답이 되었기 바랍니다.
leejh  [date : 2020-01-07]
sryanj님이 보내온 댓글입니다.

칼럼을 읽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동의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1. 칼럼 제목이 농업이 공익적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읽히는데, 그런 의미인가요?
2. 농업의 공익산업 여부와 공익적 가치를 지닌 다원적 기능 여부를 같은 의미로 쓰신 건가요?
3. 안전하고 저렴한 먹거리 공급이 농업의 핵심 역할이라면, 전력산업과 같은 공익산업이 아닌가요?
4.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식량안보"라는 개념에
동의하시는가요?
5. 식량안보는 농업의 본원적 기능인가요, 공익적 가치를 지닌 다원적 기능인가요?
6. 농업생산이 환경, 생태에 부정적 영향만을 주는가요, 긍정적 영향도 있는 건가요?
7. 두 가지가 다 있다면, 어떤 영향이 더 크다고 보시는가요?
8. 우리 농업이 당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보다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동의하시는가요?
9. 개도국 지위라는 마지막 방어벽을 허물고 시장을 완전 개방한 한국 농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과 제도를 통해 이사장님께서 제시하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농정이 오랫동안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농업에 대한 기본적 철학이나 개념 정립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평소 생각으로 몇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는 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새해도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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