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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07.29
제목
대만에서는 코로나 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이경원 
첨부파일
 

* 이 에세이는 GS&J 연구위원 FFTC 이경원 농업정책전문가가 보내주신 글입니다.

 

 

대만에서는 코로나 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GS&J 연구위원  이경원

(FFTC 농업정책전문가)

 

 

  일일 신규확진자 0명, 주간 일평균 1명. 내가 타이페이에 도착했던 2월 23일의 대만 코로나 19 상황이다. 당시 한국은 신규확진자 1,200여명의 제3차 대유행을 진정시키고 일일 439명, 주간 일평균 453명으로 안정세를 되찾으며 K-방역의 힘을 다시 거론하던 상황이었으니, 가히 청정지역이라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성적표라 하겠다. ‘어떻게 이렇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지겨운 마스크에서 해방되겠구나’ 하는 은근한 기대와 함께 타이페이에 도착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던 터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입국심사에 앞선 PCR검사증명 확인, 대만 중앙유행병지휘센터(CECC) 앱 설치 및 확인, 대만 내 격리숙소 확인 등 여러 단계를 거친 후에야 공항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공항 마중 역시 금지였고, 미리 예약한 방역택시 기사가 나를 맞았는데, 내가 택시에 다가가자 팔을 벌리라고 하더니 온 몸을 돌아가며 소독용 알콜을 뿌려댔다. 가져간 모든 짐에도 마찬가지. 나는 상당히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고 있었다.

 

직행한 격리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역복으로 무장한 직원이 호텔 뒷문으로 안내하더니 다시 서류확인, 양팔 벌리기와 소독처리, 신발 덧신처리 후 화물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객실로 이동했다. 일단 객실에 입장한 후에는 14일간 절대 문 밖에 나올 수 없으며, 누구와의 접촉도 허용되지 않았다. 식사도착 문자를 보고 문을 열면 도시락이 문앞에 있었고, 쓰레기는 정해진 시간에 문 밖에 내 놓으면 누군가 수거해 갔다. 쓰레기 배출시간을 깜박 놓쳐 다급히 문을 열었다가 방역복과 고글, 마스크로 무장한 수거요원과 마주쳤는데, 그 당황해 하던 눈빛과 몸짓을 잊을 수 없다. 매일 두 번씩 체온을 호텔에 통보했고, 이상유무를 묻는 CECC의 메시지에 매일 응답해야 했다. 가끔씩 관할 경찰서에서도 연락이 왔다.

  

 14일의 격리가 끝나면 1주일간의 자가건강관리 기간을 갖는다. 외출과 쇼핑 등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회사출근, 식당 내에서의 식사는 금지되며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의무다. 이 조건의 외국인을 받아주는 호텔을 찾기 힘들어 에어비앤비를 통해 간신히 숙소를 구했다. 간만에 외출의 자유를 누리며 본 타이페이 시내의 모습은 의외였다. 마스크 착용이 권고사항인 상황이었는데도 대부분의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간혹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던 사람들도 상점이나 음식점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썼다. 기대했던 마스크로부터의 자유는 인적이 드문 야외에서만 가능했다.

 

회사에 출근을 시작해서 본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독립된 자기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대화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게 예의처럼 여겨졌다. 지금이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0∼1명인 상황에서였으니 의외였다. 내가 대만의 성적표를 칭찬하자 한 동료는 ‘마스크가 최고의 방역’이라고 자랑하면서도, 백신확보가 늦어지면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심각한 얼굴로 걱정해, 국제관계에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기껏해야 10명 미만이던 국내 확진자수가 5월 6일 갑자기 두자리 수를 넘고 15일에는 113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대만 정부는 즉시 전염병경계등급을 3단계로 격상했다. 초·중·고·대학교 휴교, 야외 마스크착용 의무화, 5인 이상 실내모임 금지, 상점 방문자 명부작성, 식당내 취식금지 등이 주 내용이다. 국내 확진자 수는 19일에 543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3단계 격상 즉시 우리 사무실도 자발적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평소 이메일, 공유드라이브, 공유캘린더, 메신저, 화상회의 등의 업무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던 터라 업무에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거리의 차량과 행인은 확연히 줄어들었고 많은 식당들이 문을 내렸다. 러닝팬츠 차림의 사람이 이 무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땀을 뻘뻘흘리며 달리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산, 해변 가릴 것 없이 주요 야외 관광지도 주차장까지 폐쇄되었다. 모두들 당황하고 긴장하는 모습이었고 그간 지지부진했던 백신접종 신청이 쇄도했다.

 

정부의 대응은 다소 허술한 편이었다. 일일확진자 발표시 지난 몇일간 누락되었던 확진자 수를 매일 추가로 발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밀접접촉자라도 증상이 없으면 몇일간의 자가격리 권고에 그친다. 우리 사무실 청소하시는 분이 확진판정을 받았는데 다른 직원들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확진자 접촉여부를 알려주는 앱이 보급되었으나, 접촉했다는 사실만 본인에게 통보할 뿐이었다. 심지어 아내가 확진되었는데도 남편에 대한 조치가 없어 자비로 검사를 받았다는 교민도 있었다. 상점 출입시 방문기록은 도대체 왜 남기느냐는 푸념이 나올 법 하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찾아내 선제적으로 검사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대응이었다.

 

한달 여만인 6월 21일 확진자수는 다시 두자리 수로 감소했다. 일단 확산된 이상 한동안 세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후 한달간 국내 신규확진자수는 두자리수 초반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7월 13일 신규 확진자수는 28명, 주간평균은 30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정부는 3단계 경계등급을 낮추지 않고 있다. 7월 8일 발표된 7월 26일까지의 3단계 경계 연장조치는 외국인의 대만 입국 또는 경유의 금지, 휴교, 5인이상 모임금지 등을 유지하면서, 국립공원을 비롯한 실내외 시설의 제한적 이용, 식당내 취식의 조건부 허용 등 일부 완화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대만의 백신 접종율은 7월 13일 현재 17%이다. 연초에만 해도 부작용 등을 이유로 심드렁하던 백신접종 수요는 확진자 급증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는 외국기관원 우선접종 대상자로서 5월 28일 접종예정이었으나, 마침 확진자 급증시기와 맛물리면서 접종예약이 취소되었고, 3주 후에야 접종을 할 수 있었다. 백신 확보를 위한 대만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1천만회분, 모더나 500만회분을 구매했으나 7월초까지 도착한 물량은 각각 129만회분 및 115만회분에 불과하다. 화이자백신의 경우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지역에서의 판권을 중국의 ‘상하이포선 제약그룹’이 가지고 있어 계약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은 중국기업을 통해 얼마든지 구입하라는 입장이지만, 현 대만정부는 중국의 개입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250만회분, 일본이 3회에 걸쳐 300만회분의 백신을 지원했다. 중국 견제라는 지정학의 단면이라 하겠다.

 

대만의 코로나 방역 전략은 ‘차단’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오자 2월 6일에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1년여간 잠잠하던 확진자 수가 2021년 5월 두자리가 되자마자 경계등급을 3단계로 올려 국립공원 등 야외관광지까지 폐쇄하고 식당에서의 취식도 금지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이처럼 강력한 선제적 차단조치는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의 정부들도 ‘차단’의 효과는 인식하고 있을 것이나, 그 ‘경제적 대가’와의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대만의 경우 중국과 일정 수준 거리를 유지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중국에 대한 선제적 국경봉쇄를 가능하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 있어서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의 경제적 연계를 고려해야만 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과 비교해 대중국 국경봉쇄의 경제적 대가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차단의 경우 그 경제적 대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 하다. 본격 차단이 시작된 지 아직 두달이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폐쇄되고 많은 식당들이 휴업에 들어가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경제적 어려움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외없이 마스크를 챙기고,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 대만 국민의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대만 정부의 권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이해하기에는 나의 대만 생활이 아직 짧다.

 

영화에서나 봤지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이 팬데믹 상황도 늘 그래왔듯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건 정리될 것이다.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방식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치러왔는지, 그리고 이것이 초래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개인과 국가의 미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개인으로서 어떻게든 빨리 마스크 집어던지고 식당에서 동료들과 술 한잔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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