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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4.25
제목
[산골여행 5] 2월 15일, 불도 무섭고 물도 무섭고 / 이정환 
첨부파일
 

* 이정환 이사장이 지난 겨울 다녀온 산골여행 다섯번째 글입니다. 

 

 

 

「산골여행 5」

2월 15일, 불도 무섭고 물도 무섭고

   

 

GS&J 이사장 이정환

 

 

어떤 속삭임 같은 유혹이 있었던 것일까. 밤 10시경 문득 깜깜한 두타산 골짜기의 별이 보고 싶었다. 황토방 창문은 낮고 바로 앞이 산자락이어서 방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일기예보는 오늘 밤 ‘맑음’이었으므로 산골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반짝일 것을 기대하면서, 영하 10도에 견딜 요량으로 옷을 껴입고 나섰다. 바깥문을 열고 나서자 밖은 뜻밖에 훤했다. 보름달이 중천에 떠 있는 것 아닌가! 아,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구나, 어제 주인이 건네준 나물은 대보름 나물이었고. 문득 내가 세상의 모든 것에서 떠나온 것 같은, 정말 동안거 스님이 된 것 같은 생각이 스쳤다. 정월 대보름은 나에게 매우 큰 명절인데, 그 큰 명절을 모르고 지나다니.

 

  

어렸을 때 정월 대보름은 설날보다 더 기억나는 날이었다. 전날 어머니는 오곡밥을 짓고 나물 10가지를 만들어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었다. 보름날에는 바깥마당 큰 버드나무 아래에 불을 피웠다. 형제들이 각각 짚단 하나에 불을 붙여 “달님, 달님, 불도 무섭고 물도 무섭고”를 반복하며 달에 절을 하였다. 무사 안전을 비는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방에 돌아오면 호두와 밤, 잣, 땅콩이 한 바구니 기다리고 있다. 부름을 까는 것이다. 손주들이 태어난 후에는 한 아이 한 아이를 위해 어머니가 잣불 축원을 하셨다.

 “경신생 이운호입니다. 올해 그저 건강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중학교에 척 붙게 해주십시오. 중학교에 가서두----”

불이 꺼지면 축원이 끝나므로 손주들은 저마다 튼실한 잣을 찾느라고 야단이었고, 잣불이 타오르기 시작하면 어른들도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불을 바라보았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도 나물과 오곡밥을 짓고 부름을 까는 일은 계속되었다. 아이들이 다 결혼해 나간 이후에도 오곡밥에 나물, 부름까기는 이어졌다. 그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었다. 나와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을 이어주는 아이덴티티 같은 것이다. 설과 추석 차례, 제사도 마찬가지이다. 그 행사를 통해 현재 내가 있기까지의 모든 것을 기억하며 긍지를 느끼고 감사한다. 그 속에서 나의 원점을 다시 확인한다. 아마도 기력이 있는 한 계속할 것 같다.

올해는 내가 ‘동안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아내가 아무 말 하지 않은 것 같다. 정월 보름달이 하늘과 땅을 두루 밝히고 있어 별빛은 희미했지만 나를 밖으로 불러내 준 그 어떤 ‘속삭임’에 감사한다. 별구경은 다음에 하면 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 했던 대로 달을 향해 절을 했다. 불도 무섭고 물도 무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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