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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6.30
제목
[산골여행 9] 2월 23일, 뒤엉킨 현상과 현상 / 이정환  (1)
첨부파일
 

* 이정환 이사장이 지난 겨울 다녀온 산골여행 아홉번째 글입니다.

 

 

 

「산골여행 9」

2월 23일, 뒤엉킨 현상과 현상

   

 

GS&J 이사장 이정환

 

 

젊은이들 한겨울 산골 황토방을 찾는 현상

오늘은 산 아래 큰길까지 갔다 왔다. 내비게이션 따라 조마조마하며 올라왔던 길을 복기하면서 내가 도대체 어떤 곳에 와 있는지 더 상세히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언젠가 눈 덮인 겨울날 다시 ‘동안거’ 올지도 모르니 길을 잘 봐두어야지.

‘산골흙집’을 나서면 여기 올 때 겁을 먹었던 그 계곡이 나타난다. 물이 흐르는 배수관이 길 아래 묻히긴 했으나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넘칠 테고 ‘산골흙집’이 고립될 것 같다. 암튼 이 계곡이 진등천의 시작이다. 진등천 계곡을 따라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산골 진등길이 구불구불 흐른다. 진등길을 따라 1킬로쯤 내려오니 깔끔해 보이는 작은 단층 양옥 두 채가 나타났다. ‘산골쉼터’ 라는 펜션이다. 조금 더 오자 황토방 ‘쉼흙집’, 다시 1킬로 더 내려오면 ‘수월산방’과 ‘황토펜션’이라는 황토방이 보였다. 지도를 보면 이 근처에 산골초가 펜션, 산골숲속 펜션 등 황토방 펜션이 몇 개 더 있다. 최근 산골여행, 특히 황토방이 인기가 높아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산골 ‘동안거’를 계획하고 안반데기에 예약하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강원도’ ‘산골’ ‘흙집’ ‘황토방’ 등의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자 많은 펜션이 줄지어 떴다. 그중에서 가장 산속 깊은 곳인 ‘산골흙집’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산골흙집’의 주말 예약은 이미 3월까지 다 찼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나같이 좀 별난 사람 아니고는 이 겨울 산골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 텅텅 비어있으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주말을 피해 동안거 마지막 5일간을 예약하고, 나머지 기간은 진부 두타산 ‘산골풍경’에 머물기로 했던 것이다.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펜션 주인이 아궁이에 불 때려 와서 말한다.

 “오는 손님의 80∼90%가 젊은이예요. 손님같이 나이 든 사람은 주로 요양을 위해 오는 사람이지 여행객이 아니예요. 저도 어머니가 폐암 진단을 받고 요양차 이곳저곳을 돌다가 여기를 발견하고 2년 가까이 묵었죠. 공기 좋고 일년내내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숫물을 마신 덕인지 어머니 병세가 좋아졌어요. 마침 당시 주인이 이 펜션을 팔 생각이 있다기에 우리가 매입하여 별장 겸 펜션으로 운용하게 되었지요. 젊은 손님들이 다녀가서 인터넷에 후기를 올리며 점점 유명해졌고,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에 주말 예약은 두세 달 전에 끝납니다. 이제는 더 유명해지는 게 도리어 걱정이에요. 예약 문의를 번번이 거절하는 것도 힘든 일이거든요.”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화려한 도시에만 관심이 있을 것 같은 젊은이들이 산골여행, 그것도 한겨울 여행을 즐길 만큼 취향이 다양해졌다. 한적한 산골의 맑은 대기 속에서 밤에는 달과 별을 보며 자연에 푹 빠지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리라. 그들은 소득이 높아지고 모든 문물의 수입이 자유화된 데다 인터넷으로 온 세상 정보를 접하며 성장하고, 해외 배낭여행도 자유롭게 다닌 세대여서 개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현상

그런 특성이 영화, 음악에서 한류를 창조하는 힘이 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요새 애들” “우리 때는 말이야”라는 식의 유명 대학교수 칼럼에 우리 세대 친구들이 열광할 때도 80년대 말 이후 출생 세대의 특성과 능력, 민주적 사고방식을 인정해야 하고 그들이 우리나라를 문화 대국으로 이끄는 힘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들은 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행운을 누렸기에 자기 성취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어야 공정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들은 고민이 많은 세대임을 인정한다. 그 전 세대는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시대를 살며, 대부분 비슷하게 가난한 조건에서 자라났으나 일자리 걱정은 별로 없이 취직하였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 아파트 한 채로 작지 않은 자산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고도성장의 그늘로 지금은 도저히 뛰어남을 수 없는 격차 앞에서 저성장 시대 임시직을 떠돌며 집 장만이 아득한 젊은이가 한둘이 아니다. 그들은 이 현실에 분노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혜택을 누리게 하였던 경제성장과 발전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태어난 가정, 자라난 지역에 따라 이른바 ‘찬스’의 차이가 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천차만별이었기에, 나도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찬스’를 누렸을 수도 있음을 성찰해야 한다. 각자 성취의 일부를 이웃과 나누어야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바란다. 다른 사람의 고민에 공감하고 나누는 것이 공정함을 이해하고 함께 이 분노하는 현실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저런 것이 뒤엉킨 현상

황토방펜션 ‘수월산방’을 지나 진등천이 끝나는 공기리 마을회관 근처에 오면 버려진 폐가와 페축사가 보이고 계곡은 벌써 더럽다. 인기몰이 황토방 펜션이 폐가와 폐축사, 오염된 계곡과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진등길 3킬로를 두 시간가량 왕복하는 동안 자동차만 두 대 지나가고 만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런 곳에 여행이 아니라 살려고 하면 굉장한 외로움과 불편을 견디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살 수 있을까? 농촌은 어떤 비전을 설정하고 어떻게 하여야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 있어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세상을 만들어 갈까?

 

 

마을회관 앞 길거리에 효자열녀마을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부모가 돌아가시자 산소에 초막을 짓고 3년 시묘를 살면서 돌아가신 부모에 정성을 다한 서양섭이란 사람을 기리는 효자비가 있는 마을이란다. 또 한편에는 열녀문도 있다. 혼례를 치른 첫날 밤 신랑이 신부의 족두리를 벗기다 말고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호랑이에 물려 죽고 말았다. 그 신부가 시집에서 일생을 보내며 남편 제사를 정성을 다해 모신 것을 칭송하는 열녀문이란다. 지금 생각하면 3년을 시묘하거나 첫날밤 신랑을 잃은 여성이 시집에서 일생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무모하고 가혹한 일인가. 사람의 생각은 그렇게 바뀐다.

 

tang7  [date : 2022-07-04]
원장님의 글에서 '자유자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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