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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7.18
제목
[산골여행 11] 2월 25일, ‘이화에월백하고’ / 이정환  (1)
첨부파일
 

* 이정환 이사장이 지난 겨울 다녀온 산골여행 열번째 글입니다.

 

 

 

「산골여행 11」

2월 25일, ‘이화에월백하고’

   

 

GS&J 이사장 이정환

 

 

 

그제 어제 이른 아침 해돋이를 보려고 삼방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를 찾으려 했지만, 덤불에 막혀 포기하였다. 이 이야기를 카톡으로 들은 친구 하나가 왜 정상에만 가려고 하느냐 중턱 적당한 데에서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오늘 마지막 날 아침, 어제까지 ‘개척한’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앞이 탁 트인 지점을 물색하고 앉아 해가 돋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해가 왼쪽 산 위로 솟아올라 동쪽 하늘이 연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붉은색이 남쪽으로 보카시를 이루며 퍼져 보일 듯 말 듯 아스라이 늘어선 능선과 능선을 휘감았다. 안반데기의 해돋이가 능선 위로 붉은 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며 천 가지 붉은색으로 온 세상을 뒤덮는 장관이라면 오늘은 능선 위 하늘이 붉은빛으로 은은히 물드는 다소곳한 모습이라고 할까. 암튼 안반데기와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꼭 정상에 가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늘의 금언이다.

 

 

 

모든 식기와 취사도구를 꼼꼼히 닦아 식기 수납장에 넣고 짐을 챙기니 10시. 11시 체크아웃이므로 커피 한잔 들고 창 앞에 앉아 한없이 펼쳐진 능선과 하늘을 보며 남은 한 시간을 알뜰하게 즐겼다. 그리고 아쉽지만 ‘드디어 끝났다’라는 홀가분한 기분을 안고 주말농장집으로 향했다. 31번 국도를 따라 조금 달리니 우측으로 닥종이 공예 전시관이 보였다. 이 한적한 시골 거리에 닥종이 공예 전시관이라니 뭐지? 들어가 보니 닥종이 공예품과 세계 각 곳의 기념 소품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시관 주인 동생이 작품을 만들고 자기는 집에 붙여 지은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단다. 입장료가 2,000원이고 가끔 작품이 팔리기도 하여 전시관 운영비와 자기 생활비는 번다고 웃는다. 내가 겨울 휴가를 산골 황토방에서 보내고 오는 길이라고 하자 혹시 ‘산골흙집’이냐고 묻는다. 자기도 거기에 두 번 가보았는데 정말 경치가 절경이더라며 뭔가 연결점을 발견한 것에 즐거워한다. 나도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느낌을 주고받는 우연에 조그만 흥분을 느꼈다. 공감의 기쁨이다.

 

점심은 평창시장에 들러 메밀전을 사서 차에서 먹고, 커피집 ‘이화에월백하고’로 향했다. ‘이화에월박하고’라고? 대학시험 준비하며 달달 외웠던 조선시대 가사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에서 상호를 따온 커피집이다. 상호도 허를 찌르지만 인가도 없는 산길을 한참 올라간 산중에 있다. 카페로 가는 산길 도중 ‘이 길이 맞나?’ 하고 불안해질 만한 지점에 “불안하시죠. 300 미터만 더 오세요”라고 쓰인 팻말을 만난다. 이 산중 카페는 차를 서빙하는 바와 작은 테이블 세 개, 십여 명 정도가 겨우 앉을 수 있을 만큼 작다. 이 주인은 생활비를 벌면서 자연 속 삶을 즐기기 위해 커피집을 차렸다고 했다. 삼척에서 이와 비슷한 커피집을 오래 하다가 주변이 개발되어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이곳을 발견하였다고. 그래서 느지막이 1시에 문을 열어 7시에 닫는다. 내가 1시 15분에 도착하니 젊은 커플 두 쌍과 세 분 아주머니팀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곧이어 두 팀이 왔다. 추운 날씨에 밖 벤치에서 기다려야 했다. 카페 주인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진공관 앰프와 LP판이 보이고 마침 어젯밤 들었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흐른다.

 

7년 전, 연례 심포지엄 ‘농업농촌의 길’ 행사를 준비하며 이선철 대표 초청으로 ‘감자꽃스튜디오’에서 기획 회의를 하고 이 카페에 왔다. 너무 좋아 보여서 다시 한번 오려고 했으나 7년 만에 ‘동안거’ 귀환길 겨우 오게 되었다. 그때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인 듯하나 카페 앞 자작나무는 멋지게 자랐다. 카페 분위기는 최고였으나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신경 쓰여 조금 서둘러 나왔다. 행복한 마음을 안고 차를 달려 도착한 주말농장은 여전히 아늑하고 이제 봄기운이 돈다. 반갑고 기쁘다.

 

 

tang7  [date : 2022-07-19]
‘꼭 정상에 가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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