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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9.20
제목
[이정환 에세이 '농업과 정부'] 4. 식물공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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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화에서 팬데믹 시대에 이르는 긴 과정에서 농업의 존재 이유와 모습,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이 주제를 시대의 흐름이라는 긴 맥락에서 일관성 있게 파악하려는 에세이를 ‘농업과 정부’라는 주제로 연재합니다. 누구나 읽고 농업과 농정을 이해하고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토대를 얻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독자의 많은 의견과 비평을 기대합니다. (댓글이나 e-mail(leejh@gsnj.re.kr)로 의견을 보내주신 서른 분께 책이 출판되면 한 권씩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정환 에세이 '농업과 정부'」(4)

1. 21세기에 왜 농업인가?(4)    

 

 

 

 

1-4 식물공장의 미래

 

최근 식물공장이 기존 농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물공장(plant factory)은 기후와 날씨의 영향을 차단하고 빛, 온도, 양분, 수분 등 식물의 생육조건을 인공적으로 제어한 시설 내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시설 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식물을 수직적으로도 배치하므로 수직농장 (vertical farm)이라고도 한다. 인공적으로 조절된 최적의 생육조건에서 식물이 재배되고, 필요한 시설이 설치된 공장 내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므로 생산성과 생산의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런 이점을 살려 식물공장이 기존 농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을 흘리고 변화무쌍한 날씨에 노심초사하는 농업은 종언을 고하고 거대한 식물공장에서 농산물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올까? 국민 1인당 농지 면적이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적은 우리나라도 식량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까?

 

식물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다.

인간이 오로지 태양에너지가 농축된 농산물을 통해서만 에너지를 얻듯이 식물은 오직 빛에너지만을 이용할 수 있다. 식물공장도 이 원리를 벗어날 수 없기에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고, 태양에너지 대신 이 빛에너지를 농축하여 농산물을 생산한다. 그러나 식물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으므로 필요한 빛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논밭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의 10% 정도만이 식물 잎에 흡수된다. 식물은 흡수한 태양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광합성 과정에서 광합성 작용 자체를 위하여 소모한다.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는데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과 같다. 또한 식물은 긴 세포분열과 분화 과정을 거쳐 성장한다. 이 기간 식물체 자체 생존을 위한 호흡에도 광합성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식물의 에너지 효율이 이처럼 낮지만, 농업은 무한 공급되는 태양에너지를 원료로 하므로 에너지 효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한 후 이를 농축하는 식물공장에서는 식물의 에너지 효율이 생산비용을 결정한다.

 

이론적으로 식물의 광합성 효율은 26%이므로 잎에 흡수된 태양에너지의 최대 26%만이 광합성 물질로 저장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조사 태양에너지 중 실제로 식물체로 전환되는 것은 1%가 안 된다. 그 이유는 먼저 식물은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광의 34% 정도만을 흡수할 수 있디, 태양 빛의 거의 반은 식물이 흡수할 수 없는 파장의 빛이고, 일부는 잎에서 반사 등으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로 식물체 각 부분이 생존하기 위한 세포호흡 등 생리작용에 에너지를 소모한다. 셋째는 태양에너지의 강도에 따라 광합성 속도를 조절하므로 강렬한 태양에너지 일부는 이용되지 않으며, 넷째로 광합성 과정에서 광호흡(photorespiration) 등으로 에너지가 소모된다.

(photosynthesis - Energy efficiency of photosynthesis | Britannica).

 

식물의 에너지 효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진화의 산물일 것이다. 태양에너지는 무한 공급되므로 에너지 효율은 식물의 진화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고, 결국 현존하는 식물은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다. 그런 의미에서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것은 현존하는 식물의 숙명일 것이다. 앞으로 유전공학 기술로 그 긴 진화의 결과를 뛰어넘지 않는 한 식물공장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작물을 재배해야 하고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식물공장의 에너지 비용

식물공장에서 농산물이 생산되려면 빛과 열이 필요하므로 먼저 발전소에서 화석연료 등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다는 천연가스 발전소의 발전 효율은 53% 정도이므로 천연가스 에너지 100칼로리를 연소시키면 53칼로리 정도의 전기에너지가 생산된다. 이 전기에너지가 송배선망을 타고 식물공장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이 중 적어도 6% 정도가 열에너지로 변해 대기 중에 사라진다 (Power Generation Efficiency - an overview | Science Direct Topics). 식물공장에 도달한 전기에너지는 효율성이 높은 LED 등을 통해 빛에너지로 전환해도 52% 정도만이 광합성에 이용될 수 있는 빛 (PAR: Photosynthetically Active Radiation)이 된다. 이 중 40% 정도가 식물체의 잎에 흡수된다. 잎에 흡수된 빛에너지의 상당 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광합성 과정에서 소모되고 식물체 세포의 호흡에 이용되므로 일부만이 최종 식물체로 남는다. 결국 공급된 전기에너지의 3.4%, 발전에 이용된 에너지의 2.0% 정도가 최종 식물체가 된다.

더욱이 엽채류 이외의 작물은 식물체의 극히 일부만이 수확물이 되므로 최종 식물체에 남아 있는 에너지 중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더 적어진다. 또한 식물공장에 공급된 전기에너지 중 식물에 흡수되지 않은 에너지는 열에너지로 방출될 수밖에 없다. 외기와 차단된 식물공장 온도는 높아지고, 이를 제거하는 냉방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하므로 에너지 효율은 더 낮아진다. 결국 식물공장의 에너지 효율은 1% 수준에 머물게 된다. (Vertical Farming, the Myth of Resource Efficiency, Water Development Research Group, 2019. 2. 27).  

농업은 지구상 어디서나 낮에는 사시사철 무한 공급되는 태양에너지를 농축하므로 식물의 에너지 효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식물공장은 인공적 빛에너지를 농축하는 것이므로 수확한 농산물에 농축되어있는 에너지보다 100배 가까운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생산성을 높여 단위 생산물당 투입되는 양분과 물, 노동 비용을 절감하고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 수십억 년 진화하여 현재에 이른 식물의 에너지 효율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다. 더욱이 탄소중립을 위해서 앞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많은 방식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배치된다.   

그러나 만일 식물공장이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내는 농산물을 더 싸게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면 기존 농업을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 한복판에 있는 식물공장이 밀양 얼음골 환경을 재현하여 얼음골 사과 맛을 낼 수 있다면 밀양 사과농업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맛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식물이 뿌리내리고 있는 땅의 물리 화학적 특성, 자라면서 받은 태양 빛, 물, 바람, 습도, 생물학적 특성 등 모든 환경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식물체의 종합적 특성이다. 그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얼음골과 같은 환경을 구현하려면 그만큼 비용은 더 상승하고 수량은 얼음골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가격이 진짜 얼음골 사과보다 훨씬 높아야만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식물공장에서 생산된 얼음골 사과는 결국 짝퉁일 수밖에 없다. 진짜 얼음골 사과보다 그만큼 더 싸야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데 생산비용이 높아 더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한 숙제

식물공장은 부가가치가 특별히 높아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약용 식물, 관광용 잎채소, 관상용 화초 등 특수한 용도의 작물 생산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넘어서려면 획기적 에너지 기술혁신이 이루어져 전기에너지 가격이 극단적으로 낮아져야 한다. 또는 유전공학 기술로 수십억 년 진화 과정을 거슬러 에너지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은 농작물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각자의 식습관과 기호에 맞는 먹거리(food)를 공급할 것인가? 그런 본원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탄소와 양분의 순환으로 생태·환경 보전과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제약조건을 만족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AI가 인간 두뇌를 대체하는 21세기에도 사람들은 이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식물공장과 스마트농업의 혼돈

여기서 사족을 붙이자면 최근 주목받는 스마트농업과 식물공장의 혼돈이다. 식물공장이 스마트농업이고 따라서 농업진흥지역 농지에 건축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농지법 개정 논의로까지 번졌다. 스마트농업을 단순히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스마트한’ 농업이라고 생각하면 식물공장이 스마트농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도 농업은 꾸준히 그 시대의 ‘첨단 기술’을 이용하며 발전해 왔으므로 모든 농업은 ‘스마트한 농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1800년대에는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인 윤작법과 심경법을 도입하여 생산성이 3배나 증가하였다. 20세기에는 교배육종, 화학비료, 기계화, 센서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연이어 도입하였다. 그에 따라 토지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성장하여 풍요의 20세기를 이끌었다(이정환, 농업의 구조전환 그 시작과 끝, 연구총서 21, 농경연, 1996, pp. 4-9).

지금 스마트농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첨단 기술 이용을 넘어 사람의 인지능력과 숙련도에 의존하던 영농 판단과 작업을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수행하는 정밀농업이기 때문이다. 최적 시기에 최적 투입, 최적 작업이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이루어진다. 인지력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비롯한 모든 투입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태양에너지를 농축한다는 점에서 기존 농업의 본질과 같다. 인공 빛에너지를 농축하는 식물공장과는 다르다. 현실적으로 식물공장이 첨단 기술과 디지털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므로 스마트농업은 식물공장이라는 오해와 혼돈이 생겼지만 두 가지는 그 본질에서 다르다. 구분해서 생각하고 논의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식물공장은 아니더라도 스마트농업을 자동화된 시설농업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스마트농업이 시설농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농 판단과 작업을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정밀하게 수행하는 스마트농업이 노지 농업에서 도리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식물공장과 유기농업의 혼돈

사족 하나를 더 붙인다면 식물공장과 유기농업을 둘러싼 혼돈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물공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유기농산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기농업이란 앞 절에서 이야기한 숲의 탄소 유기물 순환을 회복시켜 농업생산과 생태환경 보전을 조화시키려는 농법이다. 유기물 순환이 토양을 매개로 하므로 토양의 보전과 관리가 유기농업의 중심이 되고, 유기물 순환과정 밖에서 생성된 농약 비료 등 모든 합성 물질 투입을 거부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기물 순환을 추구한 결과 나타난 현상이지 본질이 아니다. 그런 유기농업이 자연 생태환경과 격리된 공장 안에서 인공광, 인공양분으로 이루어지는 식물공장과 결합하기는 어렵다.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에서도 식물공장을 유기농업으로 인정하라는 요구가 있다. 이에 대해 EU는 유기물 순환이 배제된 식물공장은 농약, 화학비료의 사용 여부를 떠나 유기농업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은 일단 식물공장 농산물을 유기농산물에서 배제하지는 않지만 연방 '유기농업법'이 규정하는 필요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실질적으로 유기농산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싱가포르가 식물공장을 유기농업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농지가 없는 도시국가라는 상황에 기인한 특이한 사례다. 그러나 탄소중립과의 충돌로 여전히 논란이 많다. 요컨대 스마트농업과 식물공장, 유기농업을 본질에 따라 구별하여 각각의 목적과 의미에 맞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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