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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4.19
제목
한·미 FTA 10년, 터널 지나온 농업 / 지성태 
첨부파일
 

2022.3.16 농민신문에 기고한 GS&J연구위원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의 글입니다.

 

   

 

한·미 FTA 10년, 터널 지나온 농업

 

 

GS&J 연구위원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한국은 최근까지 59개국과 22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FTA 강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FTA 영토를 확장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국과의 FTA 체결에 많은 공을 들였고 그와 관련한 사회적 논쟁도 뜨거웠다. 특히 농업계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식해 한·미 FTA 체결을 극렬히 반대했다. 어느덧 한·미 FTA 발효 10년이 경과한 가운데 우리 농업은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가?

 

지난 10년간 미국과의 농식품 교역규모는 크게 늘었다. 2012∼ 2021년 미국산 농식품 수입은 65억4000만달러에서 103억2000만달러로 58%, 같은 기간 미국으로의 농식품 수출은 4억9000만달러에서 12억6000만달러로 157% 증가했다. FTA 이행기간 동안 국산 농식품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수입도 증가해 대미 농식품 무역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농업계가 우려했던 것처럼 FTA 이행에 따른 미국산 농식품 수입 증가는 국내 농업의 피해로 이어졌다. FTA 이행으로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해 가격 하락의 피해를 본 품목을 선정해 일정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피해보전직불제도의 수혜 품목을 살펴보면, 한우·감자·체리·포도·블루베리·멜론·닭고기·호두 등 주로 미국에서 수입되는 품목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한·미 FTA가 국내 농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미국산 농산물 수입 개방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입 개방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 축산업·원예산업의 경쟁력 제고, 국내 농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 피해보전직불·폐업지원 제도를 포함한 직접피해보전을 목적으로 한·미 FTA 국내 보완대책을 수립해 2008∼2017년 24조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세부 사업별로 편차는 있지만 일부 성과를 거뒀다.

 

예를 들어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한 결과 ‘한우 1등급 이상 출현율’ ‘어미돼지 1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 ‘산란계 산란율’ 등의 성과지표가 개선됐다. FTA 이행 초기 한우가 폐업지원 대상 품목으로 선정돼 소규모 한우농가의 폐업을 유도함으로써 한우산업의 구조조정도 촉진했다.

 

농민들도 FTA 파고를 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산 오렌지 수입 증가에 대응해 국내 감귤농가는 출하시기를 조정하고, 소비자 수요에 기초해 만감류 재배면적 비중을 높였다. 자조금을 조성해 수급조절, 소비촉진활동 등을 해나감으로써 감귤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수입 포도를 포함한 대체 과일의 반입 증가로 국내 포도산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거봉> <샤인머스캣> 등의 품종으로 전환함으로써 소비 패턴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 미국산 체리가 대중 과일로 자리매김했지만 동시에서 새 특화작물로 부각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체리 재배농가가 늘어나기도 했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미미한 사례도 있다. 2016년 폐업지원 대상 품목으로 선정된 블루베리는 소득작목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단기간에 재배면적이 급증한 동시에 수입도 증가해 전체 재배농가의 약 8%가 폐원했다. 폐원농가 보상을 위해 약 7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귀농자 중심으로 재배 선호도가 높고 지자체 지원에 힘입어 재배면적은 이미 회복된 상태다. 그렇다면 당초에 폐원을 유도하기보다는 가공설비·선별장 확충, 수출 판로 개척 등의 지원을 목적으로 예산이 투입됐더라면 해당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더욱 기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년간 한국 농업은 한·미 FTA라는 위기에 맞서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마치 어두운 터널을 더듬어가며 활로를 모색하는 것과 같았다. 다행히 정부가 FTA 대책을 수립하고 농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여전히 이행 중이고, 이미 체결된 FTA는 계속 업그레이드(진화)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같은 후속 FTA가 연이어 체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역분쟁, 전쟁, 기후변화 등 다양한 위험 요인으로 어느 때보다 식량안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FTA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적절한 활용이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 이행과정의 시행착오와 성과는 향후 농정 방향 설정과 국정과제 수립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새 정부가 곧 첫발을 내딛는 현시점에서 그 의의는 더욱 크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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