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쌀값 대책 논란이 1년 이상 농업계를 넘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었다. 최근 정부는 쌀값을 80kg당 20만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농가별로 기준연도 수준의 조수입을 보장하는 경영안정 장치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발표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동시에 '농업 농촌 식품산업 발전 기본계획'에서는 식량자급률을 현재의 20.9%에서 27.0%로 높이고 농업을 미래성장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화려한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미래성장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화려한 목표 제시

쌀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므로 생산이 줄어야 한다. 생산이 줄려면 가격이 하락해 다른 작물보다 수익성이 낮아져야 하는 것이 경제논리다. 그런데 정부는 쌀값을 20만원으로 유지하면서 쌀 재배는 줄이고, 콩 옥수수 등 대체 작물 재배는 늘려 곡물자급률을 현재보다 두배 이상 높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콩 재배면적이 36.2%나 감소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늘리려면 쌀값 20만원에 필적하는 콩 생산보조금을 지급해 수익성을 보장해야 한다. 더욱이 콩은 가격변동성이 쌀의 2.2배이고 단수 변동성은 2.4배나 될 정도로 위험성이 크므로 생산보조금은 그만큼 더 높아야 한다.

보조금으로 ‘다행히’ 생산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하락할 것이므로 보조금 단가를 계속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실현 가능한 대안일까.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은 콩뿐만 아니다. 2005년 이후 감자 면적은 16.7% 감소했다. 노지채소 면적도 16.5% 줄었고, 특히 고추 마늘 등 양념채소는 44.3%, 20.2%나 감소했다. 시설재배 면적도 15.6%나 줄었다. 이렇게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은 수입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농가 실질 판매가격은 콩이 같은 기간 76%나 상승했다. 고추는 26%, 마늘은 52%, 청과물 전체 실질가격은 36% 올랐다. 대부분 농작물의 실질 농가판매가격은 상승하는데도 재배면적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매년 6만ha가 휴경 되고 7000ha의 농지가 장기 휴경으로 폐경지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주권을 지키고, 더 나가 농업을 미래성장산업,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화려한 목표를 말하지만, 농업은 쇠락하고 국민의 밥상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이 290㎡(87평)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적다. 국민 밥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가가 이 적은 농지를 알뜰히 경영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해야 한다. 대부분 작물의 가격 변동성이나 단수 변동성이 커서 농업의 경영 위험성이 매우 큰 문제부터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농가별 기준 조수입을 보전하는 경영안정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2004년에 이미 유사한 계획을 세우고 2009년부터 도상연습과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현실적으로 농가별 조수입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준비한다지만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언제나 가능할까. 현실적 대안은 우선 평년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하고 가격이 이보다 낮으면 그 차이의 85%를 보전하는 미국식 가격손실보전제도(PLC)를 중요한 작물에 당장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도 1985년에 먼저 가격손실보전제도를 도입한 후 대상작물을 늘리면서 2008년에야 조수입보전제도를 도입했다(ACRE 지금은 ARC).

엄중한 현실 직시하는 농정의 전환 결단해야

문제는 기준가격이다. 농민단체는 생산비 보장이라는 달콤한 목표를 주장한다. 정부는 쌀 변동직불제에서와 같이 기준가격이 정치적으로 결정돼 과잉생산 요인이 될까 두려워하는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기준가격은 평년 가격이 돼야 평년 수준의 재배면적이 되고, 평년 수준의 가격으로 수급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노지 농업 전반을 최소 최적 투입을 보장하는 스마트 정밀농업으로 전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농업이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려면 이제 정부와 농민단체는 달콤하고 화려한 목표를 접고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는 농정의 전환을 결단해야 한다.

[출처: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