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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5.26
제목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협상의 본질에 주목하자 / 이정환 
첨부파일
 

2023.5.24 내일신문에 기고한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협상의 본질에 주목하자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이제까지 모든 무역협상은 농산물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고, 한미FTA는 그 정점이었다. 그런데 다시 미국 주도로 IPEF라는 생소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농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협상 진행내용은 비공개 원칙에 따라 깜깜하다. 미국 농업계는 아시아 시장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해 대환영이라 하고, 아세안 국가들은 선진국 시장에서 특혜를 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불안은 가중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 비츠는 미래를 예측하려면 본질과 현상을 구분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IPEF의 본질은 무엇일까?

 

미국 주도로 진행내용 공개 않는 깜깜이 협상에 농업계 불안

 

첫째, IPEF는 무역협정을 통해 상대국에 시장접근 기회를 강제하는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이 더 이상 미국의 이익을 구현하지 못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WTO/DDA 협상이 2008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이해충돌로 결렬되자 WTO 체제는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이를 용도폐기했다.

그 대안으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국가와 선택적으로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FTA 방식에 집중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그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FTA 방식도 결국 미국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한 미국은 2015년 이마저 걷어찼다. 그리고 기후변화, 공급망 붕괴 등 21세기 문제에 대응하는 '혁신적 방식'으로 IPEF를 제안했다. 따라서 IPEF가 시장접근 확대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나, 협력과 공동 대응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둘째, IPEF는 핵심 상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의 아태지역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미국의 이익이라는 인식 위에 있다. 철광 알루미늄 등 전통적 광물질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반도체 기술에 필수적인 특수 광물질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

또한 '일대일로'로 대표되는 중국의 확장정책으로 인도·태평양지역이 중국의 경제력에 흡인되는 위험을 방어해야 한다. 따라서 FTA에서와 같이 참여국에 의무를 강제하기보다 미중 사이에서 손익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국가의 참여와 협조를 끌어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IPEF가 노동, 환경 등에서 참가국에 추가적 규제를 요구하여 우리나라 농업에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참가국에 대한 추가적 규제는 비참가국에 이익을 주는 결과가 된다. 예를 들어 노동착취 문제를 안고 있는 참가국 상품은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 IPEF에 따른 규제를 받고, 비참가국 상품은 그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비참가국에 도리어 이익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검역을 포함한 통관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져 우리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규정은 농산물 수출 대국이면서 관련 규범과 조직이 잘 준비된 미국에 제일 큰 이득이 돌아가는 결과가 되므로 다른 참가국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앞서 언급한 미국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협상에 적극 참여하되 FTA 패러다임에 갇혀서는 안돼

 

IPEF 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디지털 무역표준을 선도하고, 디지털 제품과 식량 공급망 확보를 위한 공동투자로 체약국 사이에서 가치사슬을 완성하는 경제협력체로 귀결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시장접근 기회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이를 달성하려면 참가국에 투자와 기술지원 등 참여의 이득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다른 참가국에 그러한 유인을 제공할 경제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공동투자와 가치사슬 구축은 관련 기업이 나서야 하는데 기업에 그런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의미에서 IPEF는 다른 어떤 협상보다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협상에 적극 참여하되 우리가, 특히 협상 담당자들이 미국 스스로 ‘20세기 방식(20th century tools)’이라고 일갈한 FTA 패러다임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IPEF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협상 담당자들이 관련 업계의 요구를 받아, 이를 협상 의제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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