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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7.01
제목
정부와 한국은행의 농식품 물가 논쟁을 보는 시각 / 서진교 
첨부파일
 

2024.6. 28 아주경제에 기고한 GS&J 서진교 원장의 글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농식품 물가 논쟁을 보는 시각

 

 

GS&J 원장 서진교

 

 

최근 우리나라의 농식품 물가를 두고 정부(농식품부)와 한국은행의 공방이 이채롭다.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OECD 평균에 비해 50% 이상 높은 수준임을 지적하면서 그 예로 사과, 쇠고기, 감자 등을 들었다. 그리곤 이러한 식료품 가격의 차이가 최근에 확대되었다고 하면서 가격 차이가 지속되는 이유로 낮은 농업 생산성과 개방도(수입 비중),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우리나라 농식품 물가 수준이 OECD 평균 정도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은행 자료가 농업의 특수성을 적절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자 한국은행은 농식품부가 물가상승률과 물가 수준을 혼동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물가 수준 자체는 우리나라 농식품 물가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56%) 반박하였다. 농식품부가 물가상승률과 물가 수준을 혼동한 오류가 명백하여 한국은행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의 농산물 가격, 특히 과일 가격이 외국보다 비싼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특정 품목의 국가 간 가격 비교를 구체화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과일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가격 비교가 더욱 까다롭다. 가격 비교를 위해서는 먼저 비교 대상이 동질적(homogeneous)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게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표준화가 쉽지 않아 동질적인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자주 먹는 사과만 해도 10여 종이 넘는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후지 사과가 있으며, 당도가 뛰어나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엔비사과도 있다. 그 외 갈라와 허니크리스프, 스냅드레곤, 매킨토시, 레드딜리셔스, 골든딜리셔스, 그리고 녹색의 그래니 스미스도 많이 소비되는 사과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가 간 같은 품종의 사과를 비교하는 것만도 말처럼 쉽지 않다. 설령 같은 품종의 사과라 해도 등급별로 가격 차가 크다. 등급은 보통 크기와 색의 밝은 정도, 당도 등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등급에 따른 가격 차가 해당국의 소비 선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들이 큰 과일(대과)을 선호한다. 따라서 대과는 중과나 소과에 비해 크기 이상으로 가격 차가 난다. 예를 들어 대과의 kg당 가격이 1,000원이면 중과나 소과는 같은 당도라고 해도 kg당 가격은 1,000원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선 대과보다 중규모의 크기에 밝은색 과일을 선호한다. 따라서 같은 후지 사과이고 당도나 색이 같다고 해도 큰 것이면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높은 값을 쳐준다. 결국 단순히 kg당 가격만을 가지고 국가 간 사과 가격을 비교한다는 것이 의외로 여러 무리한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특정 신선 농산물의 가격을 국가별로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 굳이 ‘몇 퍼센트 더 비싸다.’라고 해봐야 무리한 가정에 근거한 것이고 파고 들어가면 약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가격에 소비자의 선호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은 가격 차 발생 및 유지가 해당 품목의 개방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주장에 무리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좋은 예가 쇠고기이다. 쇠고기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과의 FTA가 발효된 지 오래다. 실제 2023년 쇠고기 수입량은 47만 톤이 넘는다. 국내 생산량이 31만 톤 안팎이니 한국은행 방식의 쇠고기 개방도는 약 59%가 된다. 과일이나 채소의 20~40%에 비해 훨씬 높다. 그러나 한우 쇠고기 가격은 수입 쇠고기보다 항상 높으며, 가격 차 또한 계속 유지되고 있다. 개방도가 높으면 경쟁이 치열하여 결국 가격 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일반적 사고는 농식품과 같이 동질적이지 않은 품목에는 적절히 적용되지 않을 수 있는 말이다. 다른 한편 한국은행 자료에는 우리나라의 쌀이 OECD 평균과 별반 가격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렇다면 관세율이 513%나 되는 한국 쌀이 개방도가 높아 OECD 평균과의 가격 차가 없다는 것인가?(쌀은 대표적으로 개방도가 낮은 품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방도와 국내외 가격 차를 연계하는 데도 주의가 요구된다.

 

가격 차 유지의 한 원인이 우리 농업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주장에도 약점이 있다. 농업생산의 핵심 요소인 토지 생산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노동생산성은 낮지만 토지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토지가 부족한 국가는 제한된 토지에서 최대한의 농업생산을 얻기 위해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하고 이에 따라 토지 생산성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토지가 풍부한 국가는 토지를 조방적으로 이용하고 여기에 기계 등을 투입하여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높다. 따라서 토지자원이 한 국가의 농산물 생산을 결정짓기도 한다. 토지가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는 토지가 풍부한 국가에 비해 토지 임차료가 매우 높고, 이는 생산비로 연결되어 결국 높은 농산물 가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농산물 가격 비교는 농업 생산구조가 유사한 국가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농식품 가격이 높아 서민 장바구니에 부담을 주고 있는데도 국내 생산이 제한적이어서 수입을 포함한 공급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안정적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국내 농업생산의 안정화가 우선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필요한 수입은 검역 절차에 따라 추진하면 될 것이다.

 

[출처: 아주경제]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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