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5 한국농어민신문에 기고한 GSn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글입니다.

새 정부 농정, 농업-농촌문제 잘 구별해야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6월 3일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여러 분야에서 새롭게 국정을 전개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 국가 균형발전, 농촌소멸 대응,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농정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인수위가 없다거나,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미명하에 기존 정책에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별다른 변화 없이 농정이 시작된다면, 농업과 농촌에 산적된 문제는 또 다시 그냥 덮어두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의 시작에 묻고 싶다. 새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농업·농촌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서 항상 제기되고 논의했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다른 시급한 과제나 선거 등을 앞두고 있다는 상황 논리에 밀려서 항상 후순위로 미뤄졌던 주제다. 학계에서나 농업 현장에서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논의해야 할지 힌트를 얻기 위해 과거 유럽의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다. 자본주의 초창기 유럽의 농업문제는 생산성이 낮아서 충분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농업기술 발전과 생산 규모화가 주요 농업과제로 선정됐다. 또, 당시 유럽의 농촌문제는 인구가 너무 많아서 노동생산성이 낮고 소득도 낮아서 기술도입이 지체되고 지역경제가 낙후되는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농촌인구의 도시 이주 장려 정책이 주요 농촌과제로 선정됐다.

이런 사례에 비춰보면, 우리가 직면한 농업문제는 쌀 생산과잉이나 농가소득 저하 문제보다 농업발전을 선도할 주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농업에서 자급적 수준의 소규모 농가를 농업의 주요 주체로 인정해서 소농구조를 그대로 유지시킬 것인지, 아니면 상업적인 농가를 중심으로 산업적 성장을 추진하는 농업구조를 만들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각종 농지규제 완화, 양곡관리법 개정안 추진, 농업인 정의의 재정립, 농정 거버넌스 체계 개선, 농산물 가격안정정책, 수입보장보험의 도입 등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거나 논의되는 대부분의 정책이 이러한 농업문제를 중심에 두고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농정의 효과적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농촌문제는 더 어렵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낙후된 발전 수준과 주민 소외다. 농촌지역을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사업체와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주민 소외를 해결하려면 공동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현재 농식품부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이 다른 여러 정책과 혼재돼 핵심적인 농촌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굳이 농업과 연계될 필요는 없다. 아니, 농업과 연계되면 오히려 망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즉, 농업에서 일자리를 늘리려고 일할 사람을 더 고용하면서 기술 도입을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농업에서 사업체를 늘리려고 소규모 농가를 늘리는 것은 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농촌문제는 농업생산이 아닌 비농업적인 사업체, 일자리, 공동체 활동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즉, 농업과 비농업적인 활동이 적절하게 혼재되도록 하는 것이 농촌발전정책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농업·농촌을 분리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영농의 규모화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거나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을 통해서 농가소득이 증가하면, 이 소득을 농민들이 지역에서 사용하면서 다른 사업체의 소득이 증가하고 지역경제가 전반적으로 발전한다는 논리가 있었다. 도시 발전에도 적용된 전형적인 낙수효과 논리이고, 전 세계가 이렇게 하면 농업·농촌이 동시에 발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영농의 규모화는 농업 노동을 줄여서 농촌인구를 줄이는 데 기여했고,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은 특정 농산물 생산에 대한 집중을 초래해 지역의 다양한 전후방 산업의 연관관계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고 농촌경제가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농업발전으로 농촌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임이 세계적으로 증명됐고 선진국에서 이미 포기한 정책이다.

그래서 이제는 농업문제와 농촌문제를 제대로 구별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농민수당이나 직불금을 주면 농촌 공동체가 자동적으로 살아난다거나, 농촌의 복지가 개선되면 귀농인구가 증가하고 농업이 발전한다는 논리 비약은 그만둬야 한다. 귀농이나 농업에 대한 지원으로 농촌인구를 증가시키기 어려운 것처럼, 농촌소멸을 막기 위한 선심성 재정지원 정책으로 지역농업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농업·농촌 문제를 잘 구별할 수 있는 새 정부의 판단력을 기대한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