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연구위원 임정빈(서울대 교수)

최근 통계청이 ‘2024년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농가소득은 5060만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하였다. 특히 농자재 가격 인상과 인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증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업 총수입에서 경영비용을 뺀 농업소득은 14.1%나 감소한 958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여년 동안 농가소득은 2.5배 성장했지만 농업소득은 1천만원 내외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농업소득의 정체는 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돈이 되지 않는 곳에 사람이 모일 리 없으며, 소득이 낮아지는 산업이 발전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농가경제조사에서 농업소득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농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기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매년 시행하는 농가경제조사의 목적은 농가경제 동향과 농업경영 실태를 파악해 농업정책의 수립과 농가 경영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최근 농업생산비가 증가하고 농가의 경영 및 소득 안정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가경제조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 조사는 표본 대표성이 부족하여 실제 농가의 경영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정책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5년 단위로 표본을 교체할 때마다 조사 결과에 차이가 크고, 표본 수가 너무 적어 조사 결과에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우리나라 농가의 수입과 지출, 소득과 자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주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현행 농가경제조사는 농업 환경의 변화와 농가의 경영 실태를 더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정책이 보다 효과적으로 설계·집행될 수 있도록 재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가경제조사의 표본 농가를 대폭 확대하여 신뢰성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조사는 전체 농가의 0.28% 수준인 약 3300호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전국 읍면 행정구역이 약 1400개인 것을 고려하면 표본 3300호는 대표성이 턱없이 적은 수치이다. 독일(3.1%), 미국(1.8%)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 농가 표본비율은 매우 낮다. 표본오차를 줄이고, 농가·품목·지역별 맞춤형 농정자료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표본 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다.

한편 관행적으로 이전소득으로 분류하는 공적 보조금 중 농업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계하여 지급하는 공익직불금 등은 농업소득으로 편입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2024년 기준 이전소득은 전체 농가소득의 36%에 해당하는 1824만원 수준이며, 이전소득 중 95.6%는 공적 보조금이다. 과거 농업직불금은 단지 특정 상황에 농가 지원을 위한 보조금 성격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공익직불금은 농업활동과 밀접히 연계하면서 환경 및 생태, 경관의 보전, 식량 안보, 농업·농촌 유지 등 공익적 기능과, 가치 확산에 기여하는 정책 참여로 인해 농업소득이 감소하는 부분을 보전하는 성격이 강하다. 즉 공익직불금은 단순 보조금을 넘어, 농업인의 농업생산 활동 과정에서 공익적 기능과 역할 발휘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농업소득으로 인정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농업소득 개념에 농업생산과 연계된 정부지원금을 농업소득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스위스, 독일 등 유럽 국가와 미국 역시 직불금, 재난지원금 등을 농업소득에 포함하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모쪼록 한계를 보이는 농가경제조사를 농업 현실과 정책환경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여 재설계하고, 조사 결과의 신뢰도와 활용도를 높여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