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nJ 이사 강용 (전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 공약에 몇달 전 농민신문에 기고했던 ‘농업인 퇴직연금제도’가 포함됐다. 농업인 퇴직연금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는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농업인 평균 연령 51.4세, 엄격한 농업인 자격 조건과 사업자등록은 필수다. 1945년 출범한 ‘농업사회보장기구(MSA)’는 농민과 농업근로자의 의료·고용·산재·퇴직보험을 종합 관리하며 농민의 행복과 젊은 농촌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대략 소득의 16%를 42∼43년간 납입하고 62세부터 수령할 수 있으며, 67세가 되면 가입 기간과 무관하게 수령 가능하다.

2021년부터 최저 연금액을 도입해 대략 월 150만원 정도를 수령한다. 연금을 수령하면 농사에서 은퇴해 상업적 영농이 아닌 농업근로자로 일하거나 꿈꿔왔던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고령농이 은퇴하면 그 농지는 상속하거나 임대 또는 매각해야 한다. 우리는 상속 등의 이유로 비농업인 소유 농지가 50%를 넘었고, 이는 농지가 쪼개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프랑스는 매매나 상속으로 농지가 쪼개지거나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농지제도와 관리를 위해 농촌부동산·시설정비회사(SAFER)를 두고 있다. 모든 농지 매매는 거래 전 SAFER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농지를 자녀들이 공동으로 상속받는 경우 실농자(實農者)가 경작권을 갖거나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고, 매입 자금이 없을 때는 SAFER가 직접 매입하거나 농지담보대출을 통해 실농자에게 매각한다.

상속자 중 실농자가 없거나, 비농업인에게 넘어가 쪼개질 우려가 있는 경우도 SAFER에서 우선매입권을 활용해 직접 매입해서 1순위로 지역 청년농부와 실농자에게 감정가격으로 이양하거나 장기 임대를 알선해준다. 법적으로 최소 임대 기간은 9년이며 임대인이 재임대를 하지 않을 경우 기존 투자물이나 쿼터 등에 대해 임차농에게 보상해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의 한 부서인 농지은행과 달리 프랑스는 1960년 농지조정법을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출자한 독립적 준공공기관으로 26개 지사를 두고 젊은 농업인 영농 정착, 영농 규모화와 농가별 농지 확대를 위해 SAFER라는 강력한 법적 기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예산의 절반 정도는 농지매입과 재판매 수수료,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민간 펀드 등으로 재원을 확보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농정대전환’을 약속한다. 이행률은 나중에 평가를 해야겠지만 농어촌 주민수당, 직불금 확대, 양곡관리법, 재해 국가책임제, 필수농자재 지원 등 여느 정부보다 촘촘해진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농정대전환은 좀더 나아지는 ‘변화’가 아니라 농업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진화’여야 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금융권에 168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투입됐다. 이후 금융은 구조조정을 통해 금고 수준에서 금융으로 진화했고, 지난해 기준 투입한 공적자금의 71%가 회수됐다. ‘농정대전환’은 농업을 도와주려는 정책을 넘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진화된 산업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프랑스 사례처럼 혁신적인 제도를 만들어 구조조정 자금을 과감히 투자해 10년쯤 뒤에는 농업을 선망 직업 0순위로 만드는 것이 비로소 ‘농정대전환’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