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2 한국농어민신문에 기고한 GSn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글입니다.

농식품부의 무거운 어깨, 효율적 해법은

GSn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다 되어 간다. 출범 초반의 정치·경제적 어수선함 속에서도 농업 분야에서는 특히 이례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농식품부 장관의 유임,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통과, 쌀과 축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 압력 등이 대표적이다. 다행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농산물 수입 개방 논란이 일단락되며 급한 불은 끄게 되었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농업은 여전히 개방 압력과 국제 통상 이슈에 가장 취약한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국정기획위원회가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농식품부 주관 과제는 단 3개에 불과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5개의 큰 정책과 100여 개가 넘는 세부 사업이 나열돼 있다. 다른 부처의 사업이 대체로 예산 지원과 관리·감독에 그치는 반면, 농식품부 사업은 정부가 직접 운영에 개입하고 성과를 책임져야 하기에 업무 강도는 훨씬 높다. 더구나 이번 대책은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농정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농식품부의 부담을 한층 키웠다. 

문제는 농정의 복잡성이다. 정책 분야도 많지만 그만큼 정책 대상도 다양하다. 청년, 여성, 아동, 고령자, 다문화 가정, 비농업인, 관광객, 농촌 이주 예정자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사업 내용도 관광·체험·치유에서부터 농축산물 가공, 농외소득 개발, 공동체 활성화, 교육·문화·의료·돌봄, 재생에너지까지 방대하다. 이 모든 것을 농식품부가 직접 챙기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한계가 뚜렷하다.

식량안보 정책을 보더라도 모순은 많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하지만, 동시에 쌀 과잉을 막아야 한다. 가격은 유지해야 하지만 지나친 하락이나 상승도 차단해야 한다. 쌀 수입은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수출이 쉽지도 않다. 농지는 보전해야 하지만, 산업과 주거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 요구도 거세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은 거의 ‘줄타기’에 가깝다.

선진국의 농정은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직접 챙기던 과거와 달리,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 그리고 책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개별 사업을 일일이 추진하기보다, 큰 원칙을 제시하고 지원과 조정 역할에 집중한다. 농업과 식품 사업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주체, 농촌에서 살고자 하는 주체가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정부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과 관리·감독을 맡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효율적이고 성과 있는 부처로 자리매김하려면, 스스로 책임을 무겁게 떠안는 선언보다 실현가능한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낫다. 정책의 범위를 무한히 확장하기보다, 핵심 역할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과제가 겹겹이 쌓인 시기에야말로 더 냉철한 판단과 지혜가 요구된다. 우리 농정을 혁신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바로 ‘정부가 무엇을 직접 하고 무엇을 민간에 맡길 것인가’라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