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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6.27
제목
WTO 각료회의, 다자체제 재가동 기대 보다 복수국간 협상에 주목하라 / 서진교 
첨부파일
 

2022.06. 22 아주경제에 기고한 GS&J 이사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글입니다.

 

   

 

WTO 각료회의, 다자체제 재가동 기대 보다 복수국간 협상에 주목하라

 

 

GS&J 이사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

 

 지난주 초 제네바에서 열린 제12차 WTO 각료회의가 5일간 열띤 협상을 거쳐 ‘제네바 패키지’ 도출에 성공하며 막을 내렸다. WTO 각료회의는 WTO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통상 2년마다 개최된다. 다만 이번 12차 각료회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열리지 못하다 5년 만에 개최된 것이다. 그만큼 산적한 의제를 안고 출발했기 때문에 각료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특히 각료회의 직전까지 계속된 실무협상에서 참가국 간 이견이 커서 합의 도출 전망이 밝지 않았다. 그러나 제네바에 모인 각료들은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에 대응하고자 ‘제네바 패키지’를 만들어내 죽어가는 WTO를 살려 놓았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WTO가 앞으로 다자 무역질서를 복원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인가?

 

이번 각료회의 성과는 식량 위기에 대응한 농산물 수출 제한과 팬데믹 대응으로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유예, 수산 보조금 철폐,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 그리고 WTO 개혁 등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농산물 수출 제한은 세계적인 식량위기 발생 시 농산물 수출국에서 종종 행하는 수출 제한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이에 각료회의에서 되도록이면 식량 수출 제한을 자제하자고 합의하였다. 그러나 식량 수출 제한을 자제하자는 것이지 수출 제한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즉 합의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노력 조항으로 되어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코로나 백신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 제약사들이 가지고 있는 백신 특허를 일시 정지시켜 개도국들도 백신을 생산해 배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백신에 대한 지재권 유예 문제다. 각료들은 백신 지재권을 일시 유예해 주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유예는 백신에만 한정되어 있다. 진단제나 치료제에 대한 유예는 계속 논의하게 되어 있다. 앞으로 또 다른 변종 코로나가 발생하면 당연히 이것은 지재권 면제 대상이 아니다. 또한 지재권 사용도 공짜가 아니다. 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지재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다만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줄어들고 있으며, 백신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지재권 면제가 얼마만큼 유용한지는 의문이다. 특히 향후 코로나 변종이 나온다면 이는 이번 지재권 유예 대상이 아니다.

 

수산 보조금 철폐는 부분적 성과다. 협상에서는 수산 보조금을 불법어업 관련 보조금과 남획 어족 자원에 지급되는 보조금, 그리고 과잉 어획에 기여하는 보조금 등 3가지로 나누고,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앞의 두 종류 보조금만 철폐하기로 합의하였다. 세 번째 과잉 어획에 기여하는 보조금 철폐 여부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체 수산 보조금 중 60% 이상이 과잉 어획에 기여한 보조금이라는 점은 감안하면 보조 철폐의 실효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수산 보조금 철폐를 시작한 것에 의미를 둘 수는 있을 것이다.

 

전자상거래 관세 부과 면제는 1998년부터 전자적 전송으로 거래되는 물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말한다. 그런데 이 약속이 매 각료회의를 통해 다음 각료회의 시까지 연장되어 왔다. 최근 전자상거래에 의한 물품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자 이에 따른 관세 면제액도 대폭 증가하였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개도국은 전자상거래에 관세를 부과하면 상당한 재정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인도를 비롯한 일부 개도국이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 연장에 반대해 왔다. 결국 다음 각료회의 시까지 연장되기는 하였지만 그때까지 다시 연장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2024년 3월 말에 종료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가 증가할수록 이와 같은 관세 부과 면제에 반대하는 개도국이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관세 전자상거래가 계속 연장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빨리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WTO 개혁은 다양한 미사여구로 표현되어 있으나 핵심 내용은 WTO의 모든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개혁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내용 중 하나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적 요소가 WTO 협상에 주는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함께 WTO 회원국 전체가 아닌 일부 그룹이 WTO 개혁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이는 복수 국가 간 형식으로 WTO 개혁을 논의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번 각료회의 성과를 깎아내릴 생각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나름 다자 차원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실제 효과 면에서 이번 각료회의 성과는 화려한 포장에 비해 실속은 빈약한 선물과 같다. 따라서 향후 WTO가 이번 각료회의 성과를 근거로 다자 무역 체제를 복원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싶다. WTO 협상이 계속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타협이 가장 어려운 난제만 남아 있어 협상 진전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반면 입장이 비슷한 국가끼리는 복수 국가 간 협상을 통한 WTO 개혁 추진이 허용되어 있기 때문에 선진국들끼리 WTO 개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다자 무역 체제 복원보다 복수 국가 간 협상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맞다.

 

[출처: 아주경제]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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