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09 한국농어민신문에 기고한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글입니다.

쌀 ‘생산격리’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야가 몇 달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한 농업계의 다양한 의견들도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쌀 산업과 우리 농업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내용은 사라지고 오로지 농민들의 이권 투쟁만 부각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특히, 여야의 정쟁 구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찬반이 구분되면서 농업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의견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논의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펴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농민의 생존과 농업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쌀 시장 전망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신뢰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쌀 수급안정과 쌀값 폭락 방지”를 위해 시장격리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연평균 초과 생산량이 약 20만 톤, 추가 재정부담액이 연평균 1조 443억 원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하였다. 즉, 시장격리를 통해서 쌀 수급안정과 가격 폭락 방지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고, 이를 위해 많은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추정치는 여러 변수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정안 찬성 주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거는 단지 과거 시세에 대한 언급뿐이고 제대로 된 연구 추정치는 제시된 바가 없다. 당연히 일반 국민은 과학적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살펴보면, 농자재값과 인건비의 상승으로 농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비단 쌀 생산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농산물 가격이 해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1년 단위로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쌀 농가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전체 농가에게 적용되는 정책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응해서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직불제이다. 일정한 소득을 직불금으로 주고 농민들이 시장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직 직불금액이 농가소득 보장에 미흡하다면, 직불금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직불금 예산 증액은 윤석열 대통령도 공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고 점차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시장격리제도로는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보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 “시장격리와 함께 생산조정제 등 다양한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격리만으로 쌀값 안정이나 농가소득 보전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완 대책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쌀 재배농가 수와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격리의 효과도, 생산조정제의 효과도 모두 무력화되고 예산부담만 증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이렇게 쌀 생산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농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공익형 직불제이다. 이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농민들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고, 실제 2020년 농가 소득도 증가했고, 특히 소규모 농가도 5만 호 이상 증가하는 등 그 효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시장격리 의무제를 근간으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도 못하고, 현재 농민들이 요구하는 문제를 잘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쌀 생산을 하지 않는 농가와 쌀 재배면적이 적은 지역 농민을 소외시키고, 향후 농가간, 지역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즉, 시장격리제도는 쌀값 하락과 농가소득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쌀 생산격리 제도로 쌀 수급안정과 소득보장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

대신, 쌀 생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쌀 생산격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쌀 생산을 해 왔던 농가에게 쌀을 재배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협약을 맺고 이전 3개년 평균 쌀 농업소득의 120%를 ‘(가칭)식량안보 직불금’으로 5년간 지급하는 것이다. 쌀 생산 중단에 따른 보상금을 받고, 해당 농지에 다른 작물이나 활동을 해서 얻는 소득은 순전히 본인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농가소득을 높이면서도 쌀 과잉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2020년도 10a당 논벼 농업소득(조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것)이 약 73만 원이기 때문에 여기에 120%(88만 원)를 쌀 생산 면적의 10%(약 73만ha)에 적용하면 총 연간 약 6,400억 원의 예산으로 쌀 수급과 쌀값 하락에 대응할 수 있다. 시장격리제가 시행되면, 연간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효과적으로 쌀 생산 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차제에, 우리나라의 쌀 중심 농업생산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의 하나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