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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에세이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부장님께서 보내주시는 음악 메일입니다.
「김종철의 음악이 있는 에세이」
비발디 <사계> 중 '겨울'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오늘은 식품 업무 관련 라인 사람들 새해 인사 겸 업무협의차 농식품부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간 김에 예전에 같은 부서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 몇 분 얼굴도 보고요.
세상 일이나 내 마음이 어수선하고 복잡하게 다가올 때,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흙탕물의 비유 한 마디를 떠올리곤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처럼, 흙탕물이 일어나 물 속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해야 할 일은 흙탕물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휘저을수록 물은 더 탁해지는 법.
캄캄한 밤에 사물을 억지로 보려 하기 보다, 해 뜨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상의 일 뿐 아니라, 내 맘 속에 흙탕물이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1.비발디 <사계> 중 '겨울'
https://www.youtube.com/watch?v=9KxzuY0fJ-s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 한 곡 선곡하기 시즌 4>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비발디의 <사계>중 '겨울'을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이 겨울에 듣기 정말 딱 좋은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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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추운 소한이다. 대한이 소한네 놀러 와서 얼어 죽었다는 말도 있다.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을 듣기 딱 좋은 날이다. 비발디 자신이 악장마다 써놓은 소네트를 보자.
1악장, "잔인한 바람의 매서운 입김 아래, 소름 끼치는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며, 끊임없이 발을 동동 구르며, 너무 추워 이를 부딪친다." 현의 트릴(*)과 트레몰로(*)는 추워서 덜덜 떠는 모습이고, 여기저기 불협화음이 괴로운 느낌을 더한다. 바이올린 솔로가 목을 길게 빼고 햇살이 어디 있을까 둘러보지만 곧 으스스한 찬바람에 고개를 숙인다.
2악장 '느리게 노래하듯', "밖에는 억수처럼 비가 쏟아지고 사람들은 따뜻한 난로가에 둘러앉아 즐거운 나날을 떠올린다." 포근한 바이올린의 주제 선율은 휘파람으로 불기 참 좋다. '똑똑똑똑' 피치카토느 창밖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되고, 화로에서 나무가 탁탁거리며 불타는 소리도 된다. 운치있는 겨울 풍경이다.
3악장 '빠르게', "넘어질까 두려워 살금살금, 조심조심 얼음 위를 걷는다. 힘차게 한 번 걸었더니 미끄러져 넘어지고, 다시 얼음 위로 뛰어가지만 이번엔 얼음이 깨지고 무너진다.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바람이 전쟁처럼 돌진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이 겨울이고, 또 겨울이 주는 즐거움 아닌가."
비발디의 소네트를 읽으며 3악장을 다시 들어 보자. 어느 대목에서 얼음 위를 걷는지, 미끄러져 넘어지는지, 얼음이 깨지고 무너지는지 상상해 보자. 비발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것 같다. "춥고 힘들지만 그래도 겨울은 재미있어. 혹독한 겨울도 음악이 있고 친구가 있으면 견딜만 해."
(*) 트릴(trill) : 떤꾸밈음. 두 개 이상의 음으르 계속 되풀이 연주해서 떠는 듯 이어지게 하는 기법.
(**)트레몰로 : 음 또는 화음을 빨리 되풀리아혀 떠는 듯이 연주하는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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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illy Joel, Honesty
https://www.youtube.com/watch?v=SuFScoO4tb0
'Honesty is the best policy'란 말을 믿는 편입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정직이나 솔직은 종종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가끔은 사실이나 진실을 100% 드러내지 않고 '모자이크 처리'할 줄 아는 것도 미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냥 단선적으로 정직하기만 해도 된다면 인생 사는 게 이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한 일보다 모호한 일이 더 많은 게 세상 이치일는 지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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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솔직해서 탈이야. 누가?
고1 때 그런 일이 있었다. 방과 후에 뭔가 학교에서 금하는 일을 하다가 반 친구들 몇이 단속에 걸렸다.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인계되어 아침부터 혼이 났다. 담임선생님은 체벌을 가하다 말했다. "너희들은 수업 끝나면 곱게 집에 가서 공부나 할 일이지. 하지 말라는 짓들이나 하고. 다른 친구들은 뭐했나 들어봐라! 자, 김종철이는 어제 수업 끝나고 가서 뭐했냐?"
왜 하필 나람. 반에서 1등 한다고 지목하신 모양인데, 난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잘 못했다.
"저..오락실에서 게임했는데요..."
체벌은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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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TS, Permission to dance
https://www.youtube.com/watch?v=CuklIb9d3fI
공무원 근무중 6년 반 가까이 해외생활을 했는데, 언어는 항상 큰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조금 할 줄 안다는 영어도 쓸 기회가 잘 안 되는 벨기에와 이태리 근무 시절에 현지어를 전혀 못한다는 제약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종종 생기곤 했지요. 이태리에서도 '머리 깎기'는 늘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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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time!(2019. 1. 5.)
대략 한 달에 한 번 꼴로 머리를 깎는다. 아파트 단지 집 바로 근처에 미장원이 있어서 늘 그리로 간다. 동네 중심부로 조금 걸어가면 우리로 치면 남성들만 가는 이발소(barber shop)가 있음을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 2년 가까이 다닌 미용실을 포기하고 그리로 향하게 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도 언젠가부터는 이발소보다는 미장원을 이용했던 터라, 대개 손님들이 여성이어도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다. 미장원 2년 가까이 다니면서 만들어진 나름대로의 단골 관계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2년이 다 되어가도 문제는 언어다. 나는 이태리어를 모르고, 미장원 직원들은 영어가 거의 안 된다. 그나마, 젊은 직원 한 사람이 떠듬떠듬 영어를 해서 대부분 그 사람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언젠가부터 굳어진 대화패턴은, 나나 그 직원 중 하나가 "Last time?" 하면 상대방이 "Last time!"하는 거다. 지난 번하고 똑같이 깎겠다는 뜻이다. 오늘도 그랬다.
손님 중에 가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붙여 오기도 한다. 오늘은 머리 깎는 도중에 옆 자리에 앉은 손님에게 직원이 뭐라고 말을 하니까 그 손님이 나더러, "Do you want coffee?" 하고 물어왔다. "데까페이나도(Decaffeinato : decaffeinated)!"라고 대답하니, 그 손님과 직원이 수군수군대며 좋아하는 듯하다. 내가 아는 이태리 단여 열 개 중 제일 확실하게 아는 단어를 쓰니, '저 아저씨 이태리어 배우나 봐~'하는 거 아닐까 싶다.
머리를 다 깎았다. 미용사 아주머니가 영어를 꺼낸다, "Wash?". 서너달 전까지는 머리 깎고 툭툭 털어주고 보내더니 언젠가부터 샴푸할 거냐고 묻고 샴푸를 해줘서 그런가 보다 하고 끄덕끄덕했다. 머리 감는 곳으로 가니, 어라 오늘은 샴푸칠 않고 물로 헹구어 주기만 한다. '다음부터는 샴푸해 달라고 꼭 말해야지!'하며 맡겼던 외투를 걸쳐 입는다.
미장원에는 분명히 남성 커트 20유로, 어린이 15유로라고 써 있고, 초기에 머리를 자르러 왔을 때는 분명히 20유로씩 받았었는데, 어느 날 계산하면서 '한국에서는 머리 깎고 나면 머리 감겨 주는데 여긴 안 감겨 주지 않느냐?'고 영어로 얘길 했더니 갑자기 5유로를 깎아 15유로만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떤 날은 또 20유로를 받기도 한다. 오늘은 얼만가 했더니, 영수증에 15유로라고 쓰면서 미용사 아주머니가 "fifty? Fifteen?" 한다. 20유로 짜리를 건내며, 'fifty는 50이고, 15는 fifteen이예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더듬더듬했지만, 이태리어 숫자를 모르니 말이 제대로 안 된다.
집에 돌아오니 아들내미 평한다, "머리에 뚜껑 씌운 것 같아요!". 그래, 그게 'last time'의 정체다. 그건 한 사흘 지나면 그런대로 봐줄 만 하게 변하니까 괜찮은데,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이마가 넓어지고 주변머리 없어지는 게 걱정이란다,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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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Led Zeppelin, Stairway to heaven
https://www.youtube.com/watch?v=QkF3oxziUI4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는 초기의 공상은, 사람이 문서 작업하는 일이 없어져서 일 부담이 크게 줄고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것 아니었을까요? 노동보다 여가를 선호하는 인간의 속성상 충분히 할 수 있는 상상이었지요. 그렇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문서 작성하는 속도가 빨라지자, 남는 시간을 무언가 다른 일에 투입하는 거죠. 세상 일에 '이젠 끝이다'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줄 것 같은 기술 개발이라는 것들이 실제 해방을 시켜주는 일도 없을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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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 자동화, 인공지능은 유토피아를 가져올까?(2019. 1. 5.)
박막례 할머니가 맥도날드 햄버거 집에 가서, 손녀에게 배워 가며 터치스크린으로 햄버거를 주문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자기가 먹고 싶은 종류의 햄버거를 쉽게 찾지 못하고 헤매면서 어떻게 어떻게 주문을 했는데, 결과로 나온 햄버거는 자기가 원하던 게 아니었고, 음료수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었는데 뜨거운 커피가 나왔습니다.
사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햄버거 집에 가는 일이 별로 없을 테니까, 실제적인 유튜버인 손녀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고른 설정 하에서 할머니가 고생한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식의 자동화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고 더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쪽으로 생각이 흘러 갔습니다.
오전에 COOP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COOP의 계산대 중 절반 이상은 무인이고, 물품을 집어 들 때마다 바코드 판독기를 들이대면 가격이 입력되는 방식으로 장바구니를 채운 사람들은 거기서 점원의 도움 없이 결제를 합니다. 로마에 처음 왔을 때는 모든 계산대가 사람들이 계산을 해 주는 식이었는데 중간에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바코드 판독기를 사용해서 계산하는 게 자기가 지금까지 장바구니에 넣은 물건의 총가액을 알려주기도 하고 결제할 때 조금 더 빨라서 편리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저처럼 사람이 해 주면 좋겠네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아마도 COOP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무인 결제 시스템이 사람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들테니 점점 사람이 계산해 주는 계산대의 수는 줄어들겠지요. 이게 COOP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고, 세계의 마트들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런 시스템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상상됩니다.
이런 건 인공지능, 소위 AI라고 불리는 시스템보다 한참 아래 단계인 단순한 기계화, 자동화 현상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기계화, 자동화, 나아가 인공지능화라고 하는 현상이 가져올 파장 중에 고용에 대한 충격이, 뭔지 잘 모르면서도 많이 걱정됩니다. 검역검사본부 영남지역본부에 근무하던 시절 부산의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을 조작하는 작업이 자동화되어 '힘좋고 젋은 남자 100 몇 십명이 하던 일이 중앙 관제센터에서 육체적 힘이 필요없어서 여성이 더 많은 프로그래머 20여명으로 교체되었다'는 설명을 듣고 적지 않이 놀랐던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어디 그 작업 뿐이겠습니까? 앞으로 많은 일들이 그렇게 자동화되어 사람의 힘이 필요없게 되거나 적게 필요하게 되고, 인공지능이 판단까지 해 주는 상황이 되면, 상상하지도 않았던 영역에서 졸지에 실업자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아니,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기계화, 자동화, 인공지능의 활용이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낙원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기업에게는 비용 절감의 기회를 주겠지만, 이것은 육체노동자나, 지식노동자, 자영업자에게 실업의 위협이나, 경쟁자의 등장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그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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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산지 쌀값 약보합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T
[김종철의 음악이 있는 에
사과값 급등과 검역 주권 
친환경농업 대전환 시작됐
22대 국회, 농정추진 법적
다시 써야 하는 ‘농가월
농산물 값 ‘들썩’, 농가
[101] 새만금 식량 콤비나
아름다운 자연 느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