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해법

GSnJ 이사장 이 정 환

  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체결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으나 농민단체들의 항의 속에 무산되는 현장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편에서 공청회를 하면서 한편에서는 협상시작을 선언한 것은 농민단체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의도는 없이 단지 요식행위로 공청회를 개최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농민단체가 과격시위를 자제하고 토론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 가기를 기대하던 터라 이 같은 사태는 너무 실망스럽다. 정부는 신뢰를 잊었을 뿐만 아니라 농민단체의 강경론을 부추겨 반대투쟁을 정당화시키는 명분을 주는 우를 범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대외협상 권한이 내년 7월까지이므로 정부는 4월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는 시한에 �i기고 있을 것이다. 되도록 빨리 협상을 시작하여 협상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유리한 협상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설사 협상시작 여부를 묻는 논의를 하더라도 시간만 가고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협상시간만 줄어들게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 그런 판단을 한데는 농민단체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고 거기에는 농민단체의 책임도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한 쪽에서 의견수렵을 한다고 공청회를 하면서 한 쪽에서는 협상개시를 선언했다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정부는 이점에 대해 분명히 해명하여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

  그러나 농민단체가 이것을 이유로 협상을 전면 반대하고 또다시 투쟁에 나서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비록 정부의 처사에 문제가 있지만 협상의 개시가 곧 타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농가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된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온 힘을 경주하여야 한다. 반대만 하면 정부가 지원대책을 알아서 늘릴 것이므로 손해날 것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대단히 위험하다. 이번 협상은 다른 어떤 협상보다 파급 영향이 광범위하고 복잡하므로 품목별 파급영향을 세세히 따져, 이해 당사자로서 각 분야별 협상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시키도록 해야 한다. 반대투쟁에만 매달리면 또다시 인명 피해는 발생하고 정작 챙겨야 할 것은 얻지 못한 가운데 협상은 타결되어 훗날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민단체는 이번에 협상의 원천 반대가 아닌 협상조건에 관한 협의를 선언하여 국민적 지지를 받고 실리를 챙겨야 한다. 

  한편, 정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선언하여 이에 화답하기 바란다. 첫째, 피해가 특별히 큰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조치를 확보하고 피해 농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소득보전제도를 마련하여 대응한다. 둘째, 전직을 희망하는 농업인에게는 부채정리, 교육 훈련 및 취업지원으로 실직의 위험을 제거한다. 셋째, 농민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협상조건과 국내대책을 결정한다. 만약 정부가 이 원칙만 충실히 이행한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파급영향은 농업인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질 것이다.

  또한 언론계와 학계 등은 국가적 이익을 위해 농업인이 양보해야 한다든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피해보상에 관한 논의가 가치논쟁으로 발전하고 드디어 감정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절제하기 바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의해 발생하는 14조원의 국가적 이득 중 일부를 사용하여 피해를 보는 농업인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은 경제학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후생경제학은 정책의 변화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손해 보는 사람들에게 배분하여 그 변화를 수용하도록 할 수 있어야 정책변화의 정당성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익을 본 사람에게서 그 이익에 비례하여 돈을 걷어 손해에 비례하여 배분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정부 재정으로 농업인들이 이 큰 변화를 수용하게 함으로서 우리나라가 ‘선진통상국가’로 갈 수 있다면 왜 마다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