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철폐 예외'의 함정

GSnJ 이사장 이 정 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당초 일정대로 9월 초순 미국에서 3차 협상이 열린 예정이고, 그에 앞서 8월 중순까지 한미 양측은 품목별 양허안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업인은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면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협정반대 목소리가 정부의 협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 협상팀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반대운동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농업인은 항상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따라서 협정에 반대하더라도 협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미FTA가 어떤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전적으로 협상조건에 달렸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이 나타나겠지만, 반대로 모든 농산물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매우 긴 유예기간을 확보한다면 한미FTA의 영향은 염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실제 협상은 그 중간 어디에서 타결 될 것이므로 이번 양허안의 교환은 거기에 이르는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고 중요하다. 최근 품목단체들이 스스로 파급영향을 분석하고 간담회와 토론회 등에 참석하여 정부와 진지하게 협상안을 논의하는 것은 우리 농업과 농업인을 위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양허안을 만드는데 농업인은 좀 더 냉정해지고 정부는 더욱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토론회에서 정부가 33개 중요 농산물을 ‘관세철폐 예외’ 품목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다. 33개 품목의 생산액이 총 농업생산의 90퍼센트라 하니 결국 거의 모든 농산물을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놀랐으나 다행히 발표내용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농업인들의 요구라는 이유로 현실성이 전혀 없는 양허안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칫 상대방이 우리 양허안의 진지성을 의심하고 이를 단순한 국내용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우리 스스로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인에게는 과도한 기대를 갖게 하여 앞으로의 협상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한편, 농업인은 관세철폐 예외가 결국 일부 소수 품목에 한정되고 그것도 저율관세쿼터(TRQ)를 늘려주는 조건이 붙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도리어 관세철폐를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 그것을 관철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많은 사람들이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원가가 대폭 하락하고 그만큼 국내산의 가격이 하락하여 치명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고관세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축산물, 과일, 채소는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수입원가가 20-30퍼센트 낮아지는데 머물 것이다. 이것을 매우 큰 영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01년 이후 환율하락으로 농산물의 수입원가가 25퍼센트나 낮아졌음으로 우리는 최근 4-5년 사이에 이미 관세철폐에 버금가는 수입원가 하락을 경험하였음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 수입품은 출하기, 맛, 선도, 신뢰도 등에서 국내산과 차이가 있으므로, 그리고 우리의 노력에 따라 그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으므로, 국내산을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수입원가가 하락한 만큼 국내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농업인은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정부는 현실을 솔직하게 말해야 ‘관세철폐 예외’라는 달콤해 보이는 함정에 빠져 실익을 잃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