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팀에 전하는 훈수

GSnJ 이사장 이 정 환

  미국과의 힘겨루기가 이제 본격화 되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양국이 교환한 양허안에 대한 공방이 3차 협상부터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듯 농산물에 대한 시장개방 문제가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주요 농산물에 대해 적절한 안전장치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적으로 심각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므로 우리 협상팀은 미국측을 설득할 논거를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을 것이나, 단지 우리 농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미국측을 설득할 것인가?

  첫째,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 농업이 얻게 될 무역전환 효과에 의한 이득을 주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98억 달러 상당의 농축산물을 수입하고 있으나 이 중 미국의 점유율은 20퍼센트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 그것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미국 농업의 경쟁력이 남미나 호주에 밀리기 때문인데, 만약 미국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경쟁력의 약점을 보완하여 시장 점유율을 5퍼센트만 높이더라도 미국농업은 연간 5억 달러의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가령, 현재 거의 전부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저율관세쿼터(TRQ)물량에 대해서는 3퍼센트의 관세가 부과 되지만 이를 초과하는 물량은 무려 328퍼센트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TRQ 물량을 우리 스스로 확대하여 대부분의 옥수수가 3퍼센트의 관세만 물고 수입되고 있다. 이렇게 수입되는 옥수수가 연간 12억 달러어치가 넘지만 겨우 3억 달러어치 정도가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만약 양허된 TRQ 물량 이상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328퍼센트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미국산 옥수수에만 관세가 철폐된다면 미국은 TRQ이외의 수입 물량은 물론 모두 차지하고 TRQ 물량 수출에서도 유리하게 되어 매우 큰 이득을 챙기게 될 것이다.

  착유 및 사료용 대두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TRQ물량에는 5퍼센트, 그 이상 물량에 대해서는 487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어 있으므로 잘하면 미국은 여기서도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현재 국내 생산이 미미한 유지작물과 식물성 유지류에 부과되고 있는 20-40퍼센트의 관세가 미국산에 대해 철폐된다면 앞으로 바이오 디젤의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미국의 이득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은 기존의 한국산 농축산물 시장을 잠식하여 얻는 이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이득을 무역전환 효과에 의해 얻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미국은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낮추려고 하기보다 무역전환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하는데 협상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미국농업에 훨씬 이득일 뿐만 아니라, 한국 농업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여 한미 양국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됨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미국은 무역전환 효과를 통해 최대한의 이득을 얻도록 하는 대신 한국의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예외 혹은 특별긴급관세(SSG) 제도를 허용하는 주고받기(give and take)가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둘째, 미국의 무역촉진법이 내년 7월 만료되므로 실질적 협상의 시한이 4월까지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협상팀이 지레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이므로 미국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큰 시장이고 동북아의 중요한 거점이다. 비록 한국이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요청하였다고 하더라도 도하개발아젠다(DDA)가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큰 시장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미국에게도 쉽게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중국과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다투어야 한다는 정치 외교적 입장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협상시한은 양국 모두에게 약점이자 강점이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상황을 도리어 유리하게 이용하는 전술적 사고가 필요하다. 가령,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이 실패하면 중국이 다음 번 협상 파트너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무역전환 효과에 의해 미국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임을 설명하여 미국을 압박하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농업취업자 한 사람당 연간 1,500달러 정도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1만 1,500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자유무역협정에서 국내보조금이 협상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엄연한 보조금 차이를 무시하고 우리의 관세 장벽만을 철폐하는 것은 결국 불공정 경쟁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우리나라 농업인들의 이유 있는 반발을 설명하여야 한다. 요컨대 보조금 차이를 보정할 수 있도록 관세를 유지해 달라는 농업인들의 합당한 주장을 정부가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도 좋은 전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