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아는가?

GSnJ 이사장 이 정 환

    내가 판 농산물을 사가는 소비자는 누구일까? 그 소비자는 무엇을 만족해하고 무엇에 대해 불만이었을까? 또, 우리 마을에 찾아온 도시민은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왔을까? 이런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경쟁력을 높여야 되고 그러기 위해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상식이다. 또 찾아온 도시민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쯤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과 안전성은 어떤 것이며 도시민이 정말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블루오션의 전략’ 의 저자 김위찬과 레미위안은 말한다. 모든 서커스단이 앞 다투어 무대를 대형화하고 진귀한 동물을 출연시켜 출혈경쟁을 하고 있을 때, 한 업체가 단순한 곡예였던 서커스에 스토리와 감성을 넣어 새로운 공연 상품으로 탈바꿈시켰고, 그것이 관객의 잠재적 욕구를 만족시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화려한 외형 경쟁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여 관객이 더 싼 값에 즐길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이라고. 그리고 그들은, 진정한 경쟁력은 소비자가 간절히 원하는 것, 때로 소비자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을 찾아내서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그것을 지금의 상품보다 더 싸게 소비자에게 공급하여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농업은 일단 농산물을 생산한 후 어떻게 팔 것인가를 생각했다. 세상은 변했고 소비자는 옛날의 그 소비자가 아닌데 옛날 그대로 시장 내놓고 잘 팔리기를 기대한다. 요즘 모두가 관심을 갖는 친환경 농산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환경 농산물은 좋은 것이므로 일단 생산한다. 그리고 좋은 것이므로 당연히 비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소비자가 이 상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렇게 비싼 값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를 심각하게 따져 보지 않는다. 그리고 팔리지 않는다고 고민한다. 이제는 생각의 순서를 바꾸어야 한다. 생산하기 전에 먼저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얼마를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전성, 이것은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성은 어떤 것일까? 대다수의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생산이력제’ 같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위험한 물질이 섞여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떻게 소비자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농촌관광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생각과 눈높이로 시설을 만들고 난 후 어떻게 도시민이 오게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실패의 시작이다. 우리 마을에 찾아올 사람들은 국내외의 크고 작은 관광지를 다녀보고 여행한 사람들이다. 이제 새삼 시골 마을을 찾았을 때 그들이 진정 갈망하는 것은 무엇이며, 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무엇인지 먼저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아마도 그들이 농촌 마을로 온 까닭은 ‘본래의 자연과 문화’를 손으로 만져보고 느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깔끔하고 정갈한 잠자리와 먹거리는,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꼭 있어야 할 조건일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그들이 ‘본래의 자연과 문화’에 푹 빠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주어진 현실적 제약 아래서 어떻게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이런 고민으로 많은 밤을 지새운 자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