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직불금이란 쌀값이 정부가 설정한 기준가격보다 낮아지는 경우 그 차액의 85%를 농가에 직접 지급하여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정부가 쌀을 수매하여 쌀가격을 지지하고 이를 통해 농가소득을 안정시켜 주었으나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의 10% 남짓만이 농가소득으로 귀속될 만큼 비효율성이 높았다. 따라서 쌀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쌀값이 떨어지면 그 일부를 직접 보전하여 줌으로서 좀 더 시장친화적 방법으로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 제도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런 목적에 비추어 당연히 직불금은 경작농가에게 지급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경작자가 아닌 일부 지주가 직불금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쌀직불금의 지주 수령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사실인데 왜 새삼 문제일까?

 그런데 사실 쌀직불금의 일부를 지주가 받아간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중요 언론에도 보도될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이제 와서 전국을 강타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부당수령자가 최고위 공직자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주가 경작자로 위장하여 직불금을 수령한 것은 직불금을 취득하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특히 부재지주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경작자에게는 양도소득세가 일부 면제되고 세율도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즉 이번 파동은 고위 공직자가 농지를 불법으로 소유한 후 양도소득세를 탈세하기 위해 농민의 몫을 가로챌 만큼 도덕적으로 이완되었다는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동은 직불금파동이라기보다 농지 불법취득과 양도세 탈세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문제가 되자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일반 지주들의 부당수령문제로 논란이 비화되어 전국적인 전면조사, 전면회수라는 강경대응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고위공직자든 일반인이든, 합법소유자든 불법소유자든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이고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대응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불금을 경작자가 수령하면 전부 경작자 몫이 될까?

사람들은 직불금을 경작자가 수령하면 그 이익이 모두 경작자에게 귀속되고 지주가 수령하면 지주에게 귀속된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를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온 미국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직불금이 경작자에게 지급되면 그만큼 농지의 수익성이 향상되므로 임차료가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체로 직불금이 100원 지급되면 임차료가 30원정도 상승한다. 즉 비록 직불금 자체는 경작자에게 지급되더라도 임차료 상승을 통해 결국 그 중 30%는 지주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직불금이 임대료의 일부가 되어 지주와 경작자 사이에 직불금의 분배가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노동력 부족으로 지주의 입장이 취약한 현실에서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하면서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그대로 받아가는 것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라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컨대 직불금은 경작자의 소득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그 일부가 지주에게 귀속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직불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농가소득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규제하거나 수매를 통해 어떤 농산물의 시장가격을 높게 유지하면 그 만큼 임차료가 상승하여 그 이득의 일부가 지주에게 귀속된다. 더 나아가 품종개량이나 기술개발에 의해 수익성이 향상되면 임차료가 상승하여 역시 그 이득의 일부는 지주에게 돌아간다. 즉 정부의 모든 농업보호 혹은 지원행위는 임차료 상승을 통해 그 이득의 일부가 지주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전면조사 전면회수가 현명한 방안일까?

시장논리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되지만 직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급대상자를 법으로 특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작자만을 수령자로 하고 있지만 미국은 경작자와 지주가 공동으로 직불금을 신청하고 배분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것은 직불금을 누가 수령하든지 시장논리에 따라 결국 그 이득은 지주와 경작자가 나누어 갖게 되므로 아예 지급단계에서 양자 모두에게 수령권을 분배한다는 것이리라.

요컨대 법으로 직불금의 수령자를 지정하더라도 실제로는 지주와 경작자가 나누어 갖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여 부당수령문제에 대해 좀 더 냉철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직불제 시행 이후의 모든 수령자에 대한 전면조사를 통해 부당수령자를 색출하고 전면회수하려면 방대한 행정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당수령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농촌사회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재촌지주가 임대지를 회수하는 역기능을 나타낼 가능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농지의 불법취득 특히 고위 공직자 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람들의 불법취득과 부당수령은 엄밀히 조사하여 단호하게 초치하여야 하지만 일반 지주들의 부당수령문제는 실익과 부작용을 고려하여 과거에 대한 조사보다 앞으로의 제도개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왜 부당수령을 하고 어떻게 가능했을까?

앞으로 이러한 부당수령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하려면 부당수령의 유혹을 차단하고 부당신청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하여 지주가 스스로 신청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하였으나 부재지주가 경작자로 위장하여 직불금을 수령하는 목적은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직불금 수령이 양도세 감면으로 가는 티켓이 된다는 것은 지주들의 오해지만 세무당국이 쌀직불금 수령이 자경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이를 널리 홍보하여 지주들이 부당수령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제까지는 직불금의 신청과 수령을 경작지 소재지가 아닌 경작자의 거주지 시군청에서 하도록 되어 있어 부재지주가 아무런 심리적 저항감 없이 일방적으로 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었고, 시군청은 타 지역에 있는 농지의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여건이 부재지주가 쉽게 부당신청의 유혹에 빠져들고 이를 실행할 수 있게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정부도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직불금 신청을 경작지 소재지에서 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러한 제도 변경이 신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정책대상으로 인정하는 농가가 확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직불금의 대상자라고 주장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농가등록제를 하루 빨리 정비하여 정책의 대상이 되는 농가를 확정하여야 한다. 가격정책의 효과는 시장에서 분배가 이루어지지만 직불금은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정부가 배분하므로 부당수령자가 끼어들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가등록제는 필수적이다.

초가삼간을 태울까 약을 뿌릴까?

이번 파동이 자칫 직불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이러한 정책의 도입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과거 쌀 수매제도와 같은 지원정책에 비하면 비록 일부 부당수령 문제가 있었지만 직접지불제도가 농가소득안정에 매우 효율적으로 역할을 하여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효율성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 각국은 1980년대 이후 농가지원정책을 이 방식으로 거의 일원화하여 왔던 것이다. 앞으로 FTA 등으로 시장개방조치가 확대될수록 과도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이러한 제도는 더욱 확대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도는 시장개방에 대한 농가의 불안감을 제거하여 개방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함으로서 원활하게 시장개방을 확대시켜나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개방의 충격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줄여 농가가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서 결국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직불제가 단순한 소득보전적 복지정책이 아니라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산업정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직불제의 관리방법을 개선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직불제가 농업지원정책의 주류로 정착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되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빈대가 있으면 약을 뿌리고 구더기가 걱정이면 소금을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