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 되자 DDA협상의 대체적 윤곽이 들어났고, 쌀을 관세화 하면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여 조기관세화를 제안하였다. 뜸을 들이던 정부가 올 봄 조기관세화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하였으나, 이번에는 일부 농민단체와 정치권에서 관세화 하는 경우 쌀 수입이 크게 늘어날 위험성이 있다며 이에 반대하여 현재 조기관세화는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동의하는 것은, 관세화를 미루면 의무수입량이 1년에 2만톤 늘어나 2014년 이후에는 매년 40여 만톤의 의무수입량을, 그것도 영원히 수입해야 하지만 올해 안에 관세화하면 이를 30만톤으로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관세화 하는 경우 의무수입량은 적어지지만 2015년 전에 관세를 물고 의무수입량 이외의 쌀이 대량 수입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조기관세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DDA 협상내용, 최근의 국제가격과 환율 등을 고려하면 관세화 하더라도 2014년까지 쌀이 관세를 물고 의무수입량 이외에 수입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국제가격이나 환율이 폭락하거나 의외의 변수가 생겨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뜻밖의 ‘폭탄’이 터질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성이 있고 따라서 모든 결정은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므로, 우리는 그런 위험 속에 자동차를 운전하고 비행기를 타며, 땅을 사고 농사를 짓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 분명하지 않은 위험이 두려워 분명한 이익과 필요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조기관세화는 반대하는 것일까?

 이제까지 의무수입량이 늘어났지만 국내 쌀값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의무수입량을 줄이기 위해 구태여 조기관세화라는 낮선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2014년이 되면 의무수입량이 식용 소비량의 12%가 넘을 뿐만 아니라 그 중 시판해야 하는 양만도 4% 가까이 되어 국내산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선택이 사실은 더 큰 위험을 품은 ‘폭탄’일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양 쪽 다 위험이 있는 선택인 경우 현재의 상황을 바꾸지 않으려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농민단체는 반대를 고수하고 조기관세화는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조기관세화 한 후 뜻밖에 수입이 늘어났을 때 정부가 어떤 대책으로 농가의 손실을 보전하여 줄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요컨대 ‘폭탄’이 터지면 그것을 정부가 안는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 ‘폭탄’은 터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령 쌀소득보전직불제의 기준가격을 2014년까지 동결하고 현재와 같이 가격 하락분의 85%를 보전하되, 만약 의무수입량 이상의 쌀이 수입되어 쌀값이 떨어지면, 그 량과 의무수입량 중 시판되는 량의 비율에 따라 추가보전을 시행한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조기관세화하면 의무수입량이 줄어 정부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만, 만의 하나 의무수입량 이상 수입되면 그 손실이 고스란히 농가에 돌아가므로 농가는 조기관세화하려는 정부의 목적을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