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떨어져 난리다. 농민들은 시위를 하고 정부는 수매량을 늘려 쌀값 하락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2005년 가을에도 쌀값이 13%나 떨어져 지금과 똑같은 난리가 났었고, 그 때 본 지면과 시선집중 보고서를 통해 파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역사는 왜 이렇게 반복되고 있는가.

 수확기 쌀값은 생산량이나 소비량보다 내년도 단경기 가격에 대한 기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기대가격은 주로 전년도 계절진폭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어서 계절진폭이 1% 높아지면 수확기 가격은 1.2% 상승한다. 불행히도(?) 2007년산 벼의 계절진폭이 7.4%나 되어 전년 수확기에 벼를 샀던 조합이나 업체가 모두 돈을 벌자 2008년산 수확기 시장은 사자 일색이 되었다. 그 결과 생산량이 2007년보다 무려 9.9%나 증가하였으나 가격은 8.1%나 상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올해 들어 이상 상승한 만큼 쌀값은 떨어지고 계절진폭은 마이너스 7.2%로 곤두박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작년과는 정반대로 올 수확기 시장은 팔자 일색이 되어 가격은 10월에 이미 전년 동기보다 11% 하락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매량을 늘려 쌀값을 지지하려는 노력은 효과를 나타내기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수매량을 10만톤 늘려도 총공급량의 2%를 조금 넘는데 지나지 않아 시장가격을 0.5%정도 끌어올리는 효과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다른 선택이 없어 수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되나 ‘04년 양정체제’를 정부 스스로 뒤엎는 것이어서 매우 안타깝다. 왜냐하면 ‘04양정체제는, 쌀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여 수급균형을 도모하되 가격하락에 의한 소득감소는 직접지불제도에 의해 보전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04양정체제’를 복원할 것인가?

 먼저 정부는 앞으로 큰 폭의 계절진폭 후에 나타나는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는 시장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가령 작년 수확기에 수매자금 지원을 줄이고 역계절진폭의 위험성을 적극 홍보하여 농협 등의 과도한 매입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도리어 수매자금 지원을 늘렸고 정부는 이상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은 실책이었다.

 만약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같은 가격하락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답은 그래도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농가수취가격이 3.9% 상승하였고, 비록 올해 시장가격이 11% 하락하여도 직불금을 포함한 농가수취가격은 작년보다 4%, 재작년보다는 0.6% 감소하는데 머물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농가의 실제 수취가격 하락률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데 있다. 직불금 단가는 정곡가격, 그것도 전국평균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지만 농가는 주로 조곡으로 판매하고 더욱이 지역별로 가격하락률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전국 평균 정곡가격은 11% 떨어졌지만 전남지역의 조곡가격은 17% 하락하여 직불금을 포함하더라도 농가수취가격이 9%나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농가는 직불제도의 소득보전효과를 신뢰하지 않고 시장가격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