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받아 온 나라가 불안해하고 서해 5도 주민들이 육지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가 신용도, 외국인 투자와 관광 등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경제안정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의 성과를 상당부분 앗아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토방위와 남북관계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첫 번째 임무이고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북한의 도발에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다.

연평도 포격 이후의 긴장으로 모두가 불안해하는 바로 그 즈음 구제역이 터졌다.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삽시간에 영천을 거쳐 영양으로 번져 앞으로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발병된 지역에서만 자그마치 소와 돼지 10만여두를 도살하여 매립해야 한다고 한다. 그 많은 생명을 무참히 도살한다니 참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도살 및 소비위축과 거래차단으로 인한 손해, 방역을 위해 동원된 인적 물적 부담 등 경제적 손실은 얼마이고, 그 많은 사체를 땅에 묻은 후 지하수가 오염된다면 그 피해를 어떻게 헤아린단 말인가? 그래서 방역은 국방과 같이 가장 중요한 정부의 책임이자 가장 중요한 축산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는 구제역이 세계적으로 창궐하였고, 특히 아세아 지역의 발생건수는 예년의 세배나 되어 국내에 유입될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한다. 당연히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다른 것에 앞서 철저한 방역체제를 가동했어야 한다. 물론 정부의 힘만으로 안 되고 농가와 국민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늘린다고 하기에 앞서,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한우의 출하연령을 단축시키고 한식을 세계화 한다고 나서기보다, 농산물 가격을 잡는다고 법석을 떨기 전에 방역에 올인 했어야 한다. 그 모든 것들보다 방역이 한국축산을 위해 더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시장에서 해결될 수 있는 반면 방역관리는 정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정부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농업생산에서 정부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과 기술개발이다. 규모를 키우고 생산비를 낮추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농가가 상호 경쟁하며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공연히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시장개방의 충격이 일시에 닥치지 않도록 통상정책을 잘 하는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아 수입이 급증하는 경우 그 충격을 흡수하여 줄 안정장치, 모든 선진국이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는 직불제를 잘 운영하는 것이다. 그 다음 모든 거래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거래 제도를 만들어 감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일을 하면 된다. 환경보전과 식품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고 이를 철저히 감시하는 일은 정부역할의 기본이다.

과연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가? 엉뚱하게 시장이 해야 일에 끼어들어 시장기능은 훼손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여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결국 큰 손실을 불러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