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담당부서가 중심이 되어 농정을 입안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만약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농정이 움직인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다른 부처나 이해당사자들도 농정의 입안과 집행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참여가 투명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보이지 않는 데서 은밀히 참여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부품부는 작년부터 쌀 조기 관세화를 추진한다고 누차 천명하였으나 아직도 감감소식이다. 일부 농민단체가 반대하고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는 쌀 관세화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고 따라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쌀 조기 관세화가 한·미 FTA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하는데, 무작정 ‘보이지 않는 손’의 힘에 끌려가고 있다면 답답한 일이다. 　

작년 수확기에 쌀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농협에 무이자 쌀 매입자금을 공급하고 쌀을 몇차례나 추가 매입하면서, 매입한 쌀은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왜 그랬을까? 수확기 쌀값이 떨어질수록 직불금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두려워한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의 양정은, 쌀값은 낮추고 그 대신 쌀 직불제에 의해 소득을 보전한다는 것이 기본방향인데 실제 정책은 반대로 간 것이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손’은 쌀값이 떨어져도 생산은 줄지 않고 직불예산만 늘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지만, 그런 무리가 두고두고 쌀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런데 최근 쌀값이 상승하자, 이번에는 쌀값을 낮추기 위해 당초의 약속을 뒤집고 작년 수확기에 추가 매입한 쌀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한다. 이것도 필경 ‘보이지 않는 손’의 압력 때문일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물론 쌀값이 올라가는데 과잉재고를 쌓아 두고만 있는 것은 불합리하지만 약속의 파기로 빚어지는 농정에 대한 불신은 두고두고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 명백한데, ‘보이지 않는 손’이 그것에 대해 책임질 것인가. 　

그뿐이 아니다. 올해 농정예산이 작년보다 좀 늘었지만 4대강 사업의 일부로 추진되고 있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에 투입되는 예산이 더 많이 늘어나 4대강 사업이 농정예산의 빨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저수지 둑 높이기 등이 이 시점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농정사업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할 수 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또 구제역 파동 이후 축산업이 가축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대부분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끔직한 피해를 입고도 환경과 가축건강을 소홀히 하는 정책이 계속되어 다시 경제적·환경적 부담을 초래한다면 그것은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다양한 시각과 이해관계가 농정에 반영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