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가축 350만마리를 매몰한 후 정부차원에서 이른바 ‘축산업 선진화’라는 정책을 내놨지만, 많은 일반인들도 한국축산이 새판을 짜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선진화를 하든, 새판을 짜든 도대체 축산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이것을 붙들고 고민을 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축산물은 이제 우리의 주식품이 되었다. 연간 한사람이 쌀 반가마 중량이 넘는 40㎏ 이상의 육류와 50㎏ 이상의 우유를 소비해, 총 섭취 열량의 13%, 단백질의 30%를 축산물에서 조달하고 있으니 축산물 없는 식단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쇠고기라고 다 같은 쇠고기가 아니고, 돼지고기나 우유도 마찬가지다. 한우고기 가격이 호주산의 3~5배나 되고, 구제역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이 감소하자 가격이 급등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간절한 욕구가 수입품으로는 대체되지 못한다는 것이 매우 분명해졌다. 따라서 한국축산은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불가결한 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축산은 소비자가 원하는 축산물을 공급해 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소비자가 가장 관심을 갖는 유기농산물이나 무농약농산물 생산은 기본적으로 축산에서 나오는 분뇨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축산분뇨가 볏짚이나 왕겨 등과 어울려 농작물을 건강하게 자라나게 하는 데 필수적인 퇴비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비록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도 축산업이 있기에 안전성이 높은 채소나 과일을 공급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축산은 모든 소비자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축산업은 우리가 피하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친환경적인 산업이 되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축산 농가와 정책이 한국축산의 모습을 만들어 가지만 소비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자원순환 방식”으로 생산된 축산물을 더 선호한다면, 그런 축산이 더 성장할 것이다. 넓은 축사에서 건강하게 자란 축산물을 소비자가 더 선호한다면 또 그런 축산이 한국축산의 주류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유기사료로 사육해 얻은 축산물을 유기축산물이라 하지만, 그보다는 자원순환 방식으로 건강한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축산물이 진정한 친환경축산물이다. 소비자들이 이런 축산물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하자는 데 합의한다면, 축산 농가가 어떤 생각을 하든 한국축산은 쉽게 국민이 희망하는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