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미 2004년에 모든 직불제를 통합하여 농가단위의 ‘공익형 직불제’와 ‘경영안정형 직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고, 2009년에는 농업선진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법률까지 제정하였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노력이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먼저, 경영안정형 직불제란 경영규모가 비교적 큰 주업농의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각 농가의 농업소득이 기준연도 소득 이하로 감소하는 경우, 그 감소분의 일정 비율을 직접 보전하여 주는 제도라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이 제도의 목적은 무엇인가? 복지제도인가? 피해보전대책인가? 　

이 제도가 복지제도라면, 농업소득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소득을 포함한 농가소득이 복지정책의 대상이 될 정도로 낮은 농가만이 대상이 되어야 하고, 시장개방 대책이라면 시장개방에 의한 소득감소만을 보전대상으로 하여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농가의 농업소득이 감소하였다고 그 농가의 소득수준이 특별히 낮지도 않은데, 그리고 그 소득감소가 농산물 수입증가 때문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 낸 세금으로 보전하여 주는 제도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더욱이 개별 농가의 소득을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궁여지책으로 통계 혹은 표준조사치에 의해 개별 농가의 농업소득을 평가하려는 듯하나, 이 경우 실제로 농업소득이 감소하지 않은 농가에는 직불금을 지급하고 정작 소득이 감소한 농가에는 지급하지 않거나, 실제로 감소한 소득액 이상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제도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농가 사이에 갈등만 불러일으킬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시장개방 대책은, 수입증가로 중요 농축산물의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 ‘보상의 원리’에 따라 그 일부를 보전하는 품목별 소득보전제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인식 위에 현재의 품목별 소득보전직불제가 가지고 있는 두가지 문제점, 해당 품목의 생산을 유인하는 역기능과 수입증가와 관계없는 가격하락 부분까지 보전하는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농가복지 문제는 지역별, 농가별 특성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대응하여야 한다. 농가단위 직불제가 정당성도 현실성도 없는데 정부가 거기에 미련을 가지고 품목별 소득보전직불제의 확대와 개선에 소극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둘째, 농가단위 공익형 직불제란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면적당 일정한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으로써 농지의 다원적 기능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농지는 지역, 위치, 지형, 작목, 특히 농법에 따라 다원적 기능이 제각기 다르고, 때로는 도리어 환경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는데 모든 농지에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각 농지의 특성과 농법에 따라 지급 여부와 지급액을 달리하는 맞춤형 직불제, 예를 들면 프랑스의 국토경영계약제(CTE)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제도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현실성이 없는 신기루를 쫓다가 정부, 농가 다 함께 곤경에 처할 수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빨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